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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박 前대통령 신병처리 결정, 너무 늦추지 말아야

송고시간2017-03-26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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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찰이 금주 내로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휴일도 없이 수사에 매달려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는 조만간 수사결과를 정리한 뒤 신병처리 의견을 담아 김수남 검찰총장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는 금주 초 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으나 방대한 수사 기록과 법리 검토에 시간이 걸려 이번 주 중·후반께로 결정이 미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상보다 검찰의 숙고가 길어지는 듯하다.

주말인 25일 서울 도심에서는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각각 열렸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1차 범국민 행동의 날'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국정농단과 증거인멸의 몸통인 박근혜를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무효와 구속 반대를 요구하는 '제3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대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광장이 다시 구속 여부를 두고 극명히 갈라진 모양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 여부는 이미 정치 이슈화됐다. 광장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 여론도 갈려 있다. 정치권은 5·9 대선에서 유불리를 따져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검찰이 어떤 선택을 하든 큰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수남 총장은 박 전 대통령 신병처리와 관련해 지난 23일 출근길에서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고 했다. 원론적인 언급에 불과한 이 말도 여러 해석을 낳았다. 큰 사건일수록 원칙과 기본에 충실하라는 말이 있다. 이 시점에서 검찰이 깊이 되새겨야 할 말이다. 검찰은 이 문제를 처리하면서 정치적 고려를 배제해야 함은 물론이고 여론의 향배를 의식해서도 안 될 것이다.

검찰로서는 사상 첫 파면 대통령에 대한 신병처리인 만큼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조사결과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과 법리 검토를 빈틈없이 하자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결정이 늦어질수록 우리 사회의 소모적 갈등과 혼란이 거세질 수 있음을 유념했으면 한다. 그러다가 돌발 변수라도 생기면 사건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정치권도 더는 검찰을 압박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상반된 주장을 하면서 검찰한테 법과 원칙대로 결정하라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검찰도 너무 장고하다가 고뇌의 '결단'이 빛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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