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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써내려간 김유정 소설 '동백꽃'…고향에서 '활짝'

송고시간2017-03-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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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생가터에서 김유정 선생 80주기 추모제 열려

(춘천=연합뉴스) 이상학 기자 = "당신이 병마에 시달리며 간절히 기다리던 봄이 왔습니다. 80년 세월은 당신의 짧은 생애와 소설 30편에 대한 가치의 확인, 그 찬사로 새겨준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29일 '김유정 선생 80주기 추모제'에서 전상국 기념사업회이사장이 소설 속에 나오는 '동백꽃(생강나무 꽃)'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9일 '김유정 선생 80주기 추모제'에서 전상국 기념사업회이사장이 소설 속에 나오는 '동백꽃(생강나무 꽃)' 앞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9일 강원 춘천시 신동면 증리 실레마을 김유정(金裕貞·1908∼1937년) 선생의 생가터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소설가 전상국 김유정기념사업회 이사장은 편지로 헌사를 올렸다.

국민소설 '봄봄'과 '동백꽃'으로 1930년대 단편문학의 '별'이었던 김유정이 타계한 지 80주기를 맞았다.

1936년 '조광지'에 발표된 단편소설 동백꽃의 배경인 그의 고향 앞마당에는 이날도 담을 따라 노란 꽃망울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의 소설 동백꽃에서 동백은 남쪽 바다에 봄을 알리는 붉은 꽃이 아닌 생강나무 꽃이다.

강원 영서지방에서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이라 부른다.

가지런한 쪽 머리에 윤기를 내는 동백기름이 그 동백이다.

그의 소설에서는 '알싸한 그리고 향깃한 그 내음새'라고 표현됐다.

김유정은 젊은 시절 서울에서 고향인 이곳 실레마을로 돌아와 '금병의숙'을 지어 야학 등 농촌계몽활동을 벌이며 당시 체험했던 농촌 현실을 소설로 옮겼다.

29일 김유정 선생 80주기 추모제
29일 김유정 선생 80주기 추모제

주옥같은 단편소설 30편의 무대 상당수가 실레마을인 이유다.

등단 이후 폐결핵 등 건강 악화에도 글쓰기 열정을 놓지 않다가 1937년 3월 29일 새벽 29세로 짧은 삶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단편은 가장 한국적인 감성과 문체로 한국 근대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후배 문인과 후손의 뜻이 모여 2002년 생가터에 김유정문학촌을 건립하고 그의 삶과 문학 혼을 잇고 있다.

매년 그를 추모하는 문학제를 비롯해 공모전, 백일장 등 문학적 가치를 선양하는 기념사업은 연중 내내 열리고 있다.

특히 2008년 김유정 작가 탄생 100주년 행사 때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중국의 모옌 등 아시아 저명작가들이 대거 방문, 김유정문학촌 일원을 '스토리 빌리지'로 선언했다.

지난해에는 파키스탄의 일간지에 소설 '땡볕' 등 두 편의 작품이 한국 문학 작품으로 처음 우르두어로 소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레마을은 김유정 소설책을 펼쳐놓은 듯 하다.

소설 동백꽃의 배경인 생가터 뒷산 잣나무 숲부터 실존인물이던 소설 봄봄의 등장인물 봉필영감이 살았던 마름집까지 마을 곳곳이 소설 속 배경무대다.

작품 배경지는 '실레마을 이야기길'로 개발돼 춘천의 대표적인 걷기 명소가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체험시설 등을 확충한 김유정문학마을이 문을 열었다.

러시아에 톨스토이역이 있다면 한국에는 김유정역이 있다.

지난 2004년, 100년이 넘는 우리나라 철도 역사이래 처음으로 경춘선 간이역에 사람 이름을 딴 역명이 붙여졌다. 김유정역이다.

생가터에서 앞산인 금병산 등산로, 문학마을, 우체국에 모두 김유정의 이름이 달렸다.

80년 전 써내려간 김유정 소설 '동백꽃'…고향에서 '활짝' - 3

연간 찾아오는 문학 순례객과 관광객이 80만 명에 달하면서 작은 산골 동네였던 문학촌 일대는 음식점, 카페, 숙박업소까지 들어서며 상가가 형성됐다.

전상국 이사장은 "80주기를 맞아 평생 그를 흠모해 왔던 작가로서 오늘만큼은 이사장이 아닌 후배 소설가로, 의례적인 인사말이 아닌 그를 기억해 행복했다고 전하고 싶다"며 "앞으로 김유정문학촌 일대가 문화산업의 진지가 돼 '이야기 산업'이 다양한 콘텐츠로 생산되는 마을로 바뀌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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