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각종 도발후 슬그머니 귀임 日대사…아베지지율 상승 '일등공신'

송고시간2017-04-03 17:55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日,대사소환후 '시간표' 짠듯 독도·교과서로 확전해 한국때리기

지지율 덕본 아베, 대북공조·韓대선 정보수집 명분 일방적 '휴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85일 만인 4일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를 귀임시키기로 한 것은 장기간 대사 공백이 일본에도 득(得)이 되지 않는다는 내부 비판론에 부담을 느낀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9일 부산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에 항의하며 나가미네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를 소환한 뒤 3개월에 가까운 85일을 머물도록 해 최장기록을 수립했다.

이는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항의 표시로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주한 일본대사를 일시 귀국시킨 12일과 비교하면 7배에 달한다. 이처럼 길어진 데는 일본이 자국의 보수 극우여론에 기대 '한국 때리기'라는 강공 외교를 편 것과 연관돼 있다.

일시귀국한 주한 일본대사
일시귀국한 주한 일본대사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부산 총영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된 것에 대한 항의로 일시귀국 조치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9일 굳은 표정으로 하네다공항 출국장을 나오고 있다. 2017.1.9
bkkim@yna.co.kr

소환 초기부터 일본 지도부의 정치적 이용은 노골적이었다.

아베 총리는 귀국 조치 발표 이틀 뒤인 1월8일 NHK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이 10억엔을 받았으니 한일합의를 이행하라"고 도발했다.

여기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이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자극했고, 김관용 경북지사의 독도 방문을 트집잡아 일본 정부의 대변인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장관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태도는 소녀상이라는 역사 문제를 영토문제로 '확전'해 자국 우익 세력의 지지를 유도하려는 간교한 술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독도문제 확전으로도 성이 안 찼는지, 교과서 문제까지 도발했다.

일본 정부는 초중학교 사회과 신학습지도요령에 독도를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적겠다고 고시하고, 최근 확정됐다.

지난달 말에는 대부분 '독도=일본땅'이라는 왜곡 주장을 담고 '위안부합의' 내용도 상당수 명시한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를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 소환 이후 이미 정해진 '시간표' 대로 도발을 자행했다.

그런 도발은 아베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 때리기를 계속할수록 아베 내각 지지율 상승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최근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의 부패 스캔들로 지지율이 하락하기까지 1월말~2월초 아베 내각지지율은 그 이전보다 5% 포인트 안팎 올라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조사에선 66%까지 치솟기도 했고 산케이신문의 조사에서는 주한대사 등의 귀국 조치에 대해 5명 중 4명 꼴인 80.4%가 압도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주한 일본대사의 소환에 이은 한일 영토 및 교과서 분쟁으로 확전한 이유가 분명했던 것이다.

"부산 평화의 소녀상 내 손으로 지킨다"(CG)
"부산 평화의 소녀상 내 손으로 지킨다"(CG)

[연합뉴스TV 제공]

일본 정부는 한국때리기를 즐기면서 "제반의 정세를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귀임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공허한 얘기만 되풀이했다.

그러다가 일본 국민이 불안해 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이어져 한일 대북 정보공조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박근혜 대통령 파면으로 한국이 급격한 대선 국면으로 빠진데다, 반일 감정이 고조돼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무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자 일본은 얼굴색을 바꿨다.

일본 정치권 등에서도 "한국 때리기에 집중하다가 적절한 귀임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이 나오자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을 결정한 것이다.

대사 재임 시절 일시 귀임조치됐던 경험이 있는 무토 전 주한 일본대사는 "(주한 일본) 대사는 원래 서울에서 한국과 연계하면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귀임은 빠를 수록 좋다"고 말하는 등 아베 내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확전'을 바라지 않은 한국 정부의 태도가 일본 정부가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 결정의 한 배경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일본 정부가 최근 독도 도발 내용을 담은 초중학교 사회과 신학습지도요령 확정한 것에 대해 우리 정부는 주일 한국 대사를 소환하는 강경책을 펴지 않았고 대신 주한 일본대사 대리를 불러 항의하는데 그쳤다.

나가미네 주한 일본대사의 귀임이 결정되기는 했으나, 갈등의 발단인 위안부 소녀상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며 언제든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5월 대선에서 후보들 대부분이 소녀상 문제의 바탕인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재협상 또는 파기를 마음먹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한국이 위안부 합의에 대해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어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bkkim@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