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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24시] '강철수' 安, 은색 카니발에 몸싣고 새벽부터 강행군

송고시간2017-04-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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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신고식 마치고 호남행…'1박2일' 호남-충청-영남 공략

취재진에 '셀카 굿모닝' 화제…"차안엔 옷가지, 서류, 책들로 빼곡"

차안서 '아메리카노' 한잔에 정책 자료 검토하며 다음 유세 준비

'장미대선' 출정합니다
'장미대선' 출정합니다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9대 대선 선거운동일 첫날인 17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에서 유세를 펼치며 두 팔을 들어 출근길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17.4.17
hihong@yna.co.kr

(서울·전주·광주 =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3월의 바람과 4월의 비가 5월의 꽃을 데려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경선 레이스를 펼치면서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다.

대선 공식선거운동 시작일인 17일 아침 광화문 앞 세종대로. 유세전 첫날 그의 말처럼 초록빛깔 유세단 사이로 가는 빗줄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광화문에 왔습니다. 우리 국민의 힘을 보여준 곳입니다. 국민의 힘을 믿고 이번 선거를 치르겠습니다."

경선 때 스스로 개발해 선보인 낮고 굵은 목소리는 그대로였다. 이를 두고 혹자는 '소떼몰이' 창법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암스트롱' 발성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촛불시민의 승리를 상징하는 광화문에서 바로 그 목소리로 '국민 신고식'을 치렀다.

앞으로 대선일까지 22일. 그는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감색 정장에 초록색 셔츠를 받쳐 입은 안 후보는 아침 8시 세종대로에 나와 인근 회사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을 맞았다.

갓 입사한 20대 후반 남성에서부터 보험회사 간부라고 소개하는 50대 남성, 육아휴직 후 직장에 복귀한 30대 여성까지 안 후보를 한발 치라도 가까이서 보려는 시민들로 세종대로 사거리 일대는 북적였다.

유세단은 세월호 3주기 추모 분위기를 고려해 격한 율동의 유세전은 삼갔지만 첫 유세전인 만큼 표정도 몸짓에도 활기가 넘쳤다.

첫 유세전에는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해 천정배·김민전 공동선대위원장, 정대철 상임고문, 이용주 의원도 함께했다.

아침 8시 25분. 행여나 출근 시각을 못 맞출까봐 회사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고 빗방울도 점점 굵어졌다.

앞서 안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날 새벽 0시 인천항 해상교통관제센터(VTS)를 찾아 대선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광화문 유세를 마친 안 후보는 은색 카니발에 몸을 실었다. 7차례 전국 경선 지역을 치르면서 늘 함께한 차량이다. 옆좌석은 선대위 대변인이자 늘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김경록 대변인이 자리했다.

안 후보는 곧장 야권 심장부이자 당의 '텃밭'인 호남으로 향했다.

서울을 출발점으로 전주, 광주, 대전, 대구로 이어지는 1박2일 강행군의 시작이었다.

안 후보는 차에 오르자마자 옷을 갈아입었다. 팔을 걷어붙이긴 했지만 초록색 셔츠 안으로 습한 기운이 몰려와서였다.

그는 차안에 비치해놓은 작은 격자무늬의 하늘색 남방을 갈아입고는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뒷자리였지만 안전벨트를 여미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 후보는 왼손으로 찍은 셀카 사진을 '24시간' 자신을 따라다니는 소위 '마크맨' 기자들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전송했다.

안 후보가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린 셀카 사진
안 후보가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린 셀카 사진

이 채팅방은 보좌진들이 실시간으로 안 후보의 일정과 발언내용 등 각종 정보를 알리는 곳으로 기자들만 200명 넘게 모여있다.

그는 오전 9시 42분 사진을 올리면서 "전주 가는 길"이라고 했다. 사진 속 안 후보의 표정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이제 '시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안 후보는 앞서 30분 전에는 "이제 시작입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지금까지도 수고해주셨는데, 앞으로 남은 3주 체력관리 잘하세요. ~아자아자 화이팅!!!^^"이라며 '깜짝 인사'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기자들은 "가끔 음성메시지도 날려주세요", "당선 되고 나신 후에도 이런 스킨십을 부탁 드려요", "뒷자리에서도 안전벨트 하셨네요" 등 재치있는 답장을 남겼다.

전주까지 이동하는 두어시간 동안 안 후보는 몰려오는 피로에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 못다 읽은 신문, 인터넷 뉴스를 챙겨야 했고 보좌진이 준비한 각종 정책 관련 자료도 되살펴야했다.

김 대변인에 따르면 안 후보의 차량에는 긴 이동시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 갈아입을 옷가지가 늘 비치돼 있다고 한다. 면 라운드 티셔츠와 품이 넉넉한 남방, 면바지에 운동화도 있다. 안 후보의 '분신'과도 같은 아이패드도 늘 뒷자리에 놓여있다. 나머지 공간은 서류와 책들로 채워졌다고 한다.

식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만큼 다른 후보들은 비서진이 차량에 간식을 간간이 사다놓는다고 하지만 안 후보 차량에는 흔한 초코파이 하나 없다. 김 대변인은 "아메리카노 한잔 말고는 딱히 드시는 게 없다"며 "다른 음료수도 딱히 마시는 편이 아니어서 생수만 비치해놨다"고 전했다.

정오를 조금 넘겨 전주에 도착하자 빗줄기는 더 거세져 있었다.

차에서 내린 안 후보의 모습은 아침 유세장 옷차림 그대로였다.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에서 그는 다시금 4차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애플의 아이튠즈를 사례로 들며 콘텐츠 저작권자의 권리를 더 보장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후 전북대로 향했다.

오후 2시, 전북대 구정문 앞. 이곳을 지역구로 둔 정동영 공동선대위원장은 큰 트럭을 개조해 만든 유세 무대에서 일찌감치 분위기를 데워 놓고 안 후보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민과 인사하는 안철수 후보
시민과 인사하는 안철수 후보

(전주=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제19대 대통령 선거운동일 첫날인 17일 오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앞에서 박지원대표와 유세를 펼치며 시민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7.4.17
hihong@yna.co.kr

무대에 안 후보가 오르자 200여명의 시민들은 우산을 받쳐 들고 일제히 "안철수, 안철수"를 연호했다.

멈출 줄 모르는 장대비에 우산에 가려 안 후보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시민들은 까치발을 들어야 했다. 아예 인근 2, 3층 카페·음식점에 올라가 창너머로 내려다보는 '극성팬'들도 있었다.

안 후보는 "제가 넘어졌을 때 손잡아 일으켜 준 것은 바로 호남이었다. 이제는 대통령을 만들 시간"이라며 "대선 첫날도 바로 이곳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대표도 지역정서에 기대며 안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

박 대표는 "문재인은 대북송금특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완전히 골로 보냈다"며 "문재인은 거짓말과 변명으로 호남을 무시한다"고 말했다.

곳곳에 모여있던 60대 이상 노인들 사이에서는 "맞어, 맞어, 문재인이 뭘 해주간디. 민주당 뭘 해줬간디"라는 목소리도 들렸다.

빗속 유세장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은 "우리또래 아줌마들은 안철수냐, 문재인이냐를 놓고 망설이는 게 사실"이라며 "어르신들은 안철수한테 확실히 마음이 가 있는 것 같더라"고 했다.

안 후보를 따라 서울 용산역에서 전주역으로 내려오는 KTX 열차 안.

기자의 옆자리에 앉았던 20대 후반 여성은 익산 고향집에 간다면서 "인물만 보면 안철수가 가장 나은데 당 이미지가 우리처럼 젊은 층과는 좀 동떨어진 면이 없지 않다. 아직 지지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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