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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실험' 객관식 평가 폐지 추진…논란 없을까

송고시간2017-04-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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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교원 확보·공정평가 방식이 관건…사교육 성행·학부모 부담 우려

김석준 교육감 "소통·협력·창의시대, 암기식 교육으론 미래 없어"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교육청이 내년부터 초등학교에서 객관식(선택형) 평가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교육사에 유례없는 실험이 될 전망이다.

진보 성향의 김석준 교육감은 2016년 6월 취임 초기부터 '책 읽는 학교, 토론하는 교실'을 교육개혁의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는 "당장 성적을 올리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우고, 반복해서 문제를 푸는 방식은 미래 인재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소통하는 능력, 서로 협력하는 능력,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객관식 평가 폐지 방침을 설명하는 김석준 부산교육감 [연합뉴스]
초등학교 객관식 평가 폐지 방침을 설명하는 김석준 부산교육감 [연합뉴스]

김 교육감은 올해 초 연합뉴스와 신년 인터뷰에서도 "지금의 초·중·고교 학생들이 사회에 나갈 때는 현재 일자리의 대부분이 사라질 것"이라며 "변화하는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단순 암기식 교육으로는 안 된다"고 거듭 천명한 바 있다.

부산교육청의 이번 초등학교 객관식 평가 전면 폐지는 지난 2년 간 추진해온 수업 체계 개선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거뒀다는 자신감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2015년부터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초등학교 평가 방법을 객관식 평가에서 수행 평가로 바꾸고 기초·심화·전문 과정의 연수를 통해 서술·논술형 전문 교사 150명을 양성했다.

이번에 시험 방식을 전격 바꾸기로 한 것은 수업 변화의 기조를 정착 단계로 만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시험 방식을 바꿔야 수업 방식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수업 방식이 바뀔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수업방식을 바꾸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교육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학습당 학생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교사가 학생 개개인의 학습능력, 생각의 방향, 취향 등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이에 따른 맞춤형 수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창의적인 수업을 지도할 수 있는 우수한 교원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장 핵심적은 부분은 공정한 평가 방식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교육청은 평가를 수치로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학생의 학습 성취도 평가는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세밀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

서술형 시험의 경우 교사의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갈 수도 있어 시험이 끝나고 나면 학부모들의 항의 등이 잇따를 수 있다.

평가 부분에 있어서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 글쓰기를 기반으로 교육하고 평가하는 나라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부산교육청
부산교육청

(부산=연합뉴스) 부산교육청 DB. 2014.3.5

창의력과 사고력을 높이는 초등학교 교육이 객관식 평가를 하는 중학교로 진학했을 때도 이어질 수 있느냐는 것도 풀어야 할 큰 과제다.

일각에서는 또다른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학원가의 유명 논술교사는 "한때 대학에서 논술시험 비중을 늘리자 논술학원이 우후죽순처럼 생겼다"며 "객관식 시험 폐지가 서술형 사교육 시장을 부추길 우려가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부산교육청은 지금의 객관식 교육을 하는 학원들이 사라져 사교육 시장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석준 교육감은 "객관식 문제 폐지를 내년에 전격 시행하기 전에 여러 우려되는 단점을 보완할 방침"이라며 "창의성을 갖춘 미래 핵심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 단점이 제기되고 일각에서 반발이 있다고 해서 더 이상은 미룰 수는 없다"고 말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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