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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근로자] 노후 준비는커녕 당장 먹고 살기도 벅차다

송고시간2017-04-3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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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비 없어 나이 들어서도 계속 노동…71세 가서야 손에서 일놔

노후준비점수 62점…준비된 연금은 기존 소득 39% 불과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장시간 노동을 하지만 그렇다고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것도 아니다.

'내 자식만은'이라는 생각에 자녀 교육에 정성을 쏟고 꺼지지 않는 부동산 신화 탓에 주거비는 천정부지로 올라 노후 준비는 '언감생심'이다.

막상 직장에서 은퇴했을 때 손에 쥔 돈은 몇 푼 되지 않는다. 또다시 노구를 이끌고 비정규직 일자리라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 근로자에게 노동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 근로자 실제 은퇴 71세…고령층 고용률 OECD 최고

우리나라 근로자는 최장 시간 노동할 뿐 아니라 최장 기간 일한다. 한국 남성의 유효 은퇴연령은 평균 71.1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72세)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유효 은퇴연령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빠져 더이상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나이를 뜻한다. 실질적인 은퇴 시점이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유효 은퇴연령이 69.8세로 칠레(70세) 다음으로 높았다.

우리나라의 75세 이상 고용률이 19.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75세 이상 고용률의 OECD 회원국 평균은 4.8%로 한국의 4분의1 수준이었다.

우리나라 고령층이 '인생 2모작'으로 찾은 곳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2016 고령층(55∼70세) 노동시장 특징' 보고서를 보면 고령층의 비정규직 비중은 53.8%로 10대를 제외하고 가장 높았고, 시간제 근로자 비중도 40%를 넘었다.

치열한 노인 일자리
치열한 노인 일자리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3일 오전 인천시 남구 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2017년 노인사회활동지원사업에 구직신청을 하려는 노인들이 길게 줄지어 있다. 2017.1.3
tomatoyoon@yna.co.kr

◇ 노후 준비 관심 많지만 실제 대비는 부족

우리나라 근로자가 끊임없이 일해야 하는 것은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우리나라 가구의 노후재무준비 현황'에 따르면 비(非)은퇴자들은 재무적 준비 중요성에 대한 인식(4.0점)과 관심도(3.7점)는 비교적 높았지만 노후준비에 대한 계획(2.0점)을 세우고 실천(2.9점)해 나가는 측면은 부족했다.

비은퇴자의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 조사는 '전혀 아니다'를 1점으로, '매우 그렇다'를 5점으로 한 5점 척도로 실시됐다.

비은퇴 가구의 49%만 노후준비를 위해 정기적으로 저축하고 있었고, 나머지 가구는 돈이 생길 때마다 하거나(26%) 아예 노후를 대비한 저축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25%) 나타났다.

다른 조사도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의 노후준비 보고서를 보면 중산층의 '노후준비지수'는 62점에 불과했다. 은퇴 이후 사망할 때까지 필요한 노후자산이 100이라면 노후를 대비해 마련한 자산이 62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은퇴를 앞둔 이들이 마련한 노후준비는 국민연금 외에 뾰족한 수단이 없었다. 보험개발원의 '은퇴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40·50세대의 노후준비 방법으로 69%가 공적연금을 꼽았다. 공적연금은 곧 국민연금(90%)을 의미했다.

공적연금에 사적연금을 더하더라도 노후에 필요한 소득을 충당하기 벅찼다. 연금 수령액을 연금 가입기간에 벌어들인 소득에 견준 비율인 연금 소득대체율은 39.3%로 OECD 평균인 57.6%를 크게 밑돌았다.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30위였다.

노후준비
노후준비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9일 코엑스 '노후준비 & 실버산업 박람회' 입구에서 시민들이 참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2009.4.29
xyz@yna.co.kr

◇ 교육비와 주거비 때문에 노후준비 어려워

노후 준비의 가장 큰 걸림돌은 교육비와 주거비다. 경제활동 기간에 벌어들인 소득 대부분을 이 두 분야에 지출한 탓에 노후를 준비할 여유가 없다.

특히 자녀 교육비가 부모 세대의 노후를 잠식하고 있다. 100세 시대 연구소의 '40대 자녀교육이 당신의 노후를 좌우한다' 제하의 보고서를 보면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에 따라 교육비는 극과 극을 달렸다.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을 경우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1인당 교육비는 3천800만원이 필요했다.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을 수 없으니 한 달에 학원 한곳에 보낸다고 하면 교육비는 9천만원으로 오른다.

한 달에 학원을 두 군데 보내고 사립초, 특수목적고등학교에 들어갔을 경우를 가정하면 교육비는 3억1천400만원으로 껑충 뛴다.

교육비와 주거비가 많이 들수록 노후 준비가 소홀해진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금융연구원의 '국내가구의 교육 및 주거 관련 비용 부담이 노후소득 준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대비 교육비 비중이 1%포인트(p) 높아지면 연금·보험상품에 납입한 가구의 비율이 0.2∼0.4%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주거비도 연금·보험 가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소득에서 월세, 전월세보증금 등의 비율이 높을수록 연금·보험 가입 비율이 낮았다.

사교육 줄이기 가능할까?
사교육 줄이기 가능할까?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시작이 반'…지금부터 노후 준비해야

전문가들은 당장 여유가 없더라도 지금부터 노후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여유가 있을 때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미루면 제대로 대비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비용도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격언이 노후준비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무엇부터 해야 할까.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는 우선 자신이 보유한 자산부터 점검해보라고 충고한다.

국민연금은 얼마나 받는지, 퇴직급여는 얼마나 어떤 식으로 받는지, 보험이나 저축상품에는 얼마나 가입됐는지를 파악해봐야 한다.

그러고 나서 은퇴 이후 필요한 자금을 계산해보자. 은퇴는 어느 시점에 하고 얼마나 더 살 수 있는지 감안해 준비해야 할 노후자금을 추산한다. 그리고 현재 보유한 자산과 비교해 부족분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김동엽 이사는 "'개문발차'라고 일단 할 수 있는 만큼 저축하고 여유가 되면 늘려가면 된다"면서 "일단 시작해놓고 재미를 붙여야지 저축 여력이 생기고 나서 한다고 하면 한 번에 넣어야 할 금액이 늘어나 잘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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