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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지지' 일색이던 탈북민사회, 이번엔 지지후보 다양화

송고시간2017-05-04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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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홍준표·안철수 각각 지지 선언…"이념보다는 삶의 문제 고민"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곽명일 기자 = '탈북민은 대부분 보수 성향'이라고 간주해왔던 우리 사회의 통념이 이번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완전히 깨졌다.

5·9 대선을 앞두고 많은 탈북민이 잇따라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통령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하는가 하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캠프에 참여하는 탈북민이 나타나는 등 지지 성향이 다양화한 것이다.

여전히 새누리당을 뿌리로 하는 자유한국당 지지 성향의 탈북민들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지만, 진보와 중도 개혁주의 성향 정당에도 지지를 보내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탈북민사회의 정치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탈북민 박사 1호 안찬일 씨를 비롯한 탈북민 수백 명은 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회의실에 모여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 탈북민단체 연합대회'를 열고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행사에는 문재인 캠프의 추미애 상임선대위원장과 송영길 총괄선대본부장, 전병헌 전략본부장 등도 참석해 "민주당이 탈북민들을 잘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안 박사는 이날 문재인 캠프의 통일정책특보단장에 임명됐다.

안 박사는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11월에는 200여 명의 탈북민을 대표해 당시 박근혜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문을 낭독했던 인물이다.

4년 6개월이 지난 이날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탈북민의 삶이 나아진 게 무엇이냐"며 "문재인 후보가 집권하면 탈북민에 대한 처우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로 문 후보를 지지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앞서 한창권 탈북인단체총연합회장 등 탈북민 300여 명도 지난 2일 실명으로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탈북민사회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을 가장 먼저 밝힌 사람들은 탈북청년들이었다.

한반도민주청년연합을 비롯한 4개의 탈북청년단체 대표들은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이들은 "선거 때마다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케케묵은 색깔론을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며, '종북' 딱지를 붙이고 공격하는 것은 "전체주의적 발상이고 북한식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탈북청년들은 탈북민사회에도 다양한 목소리와 가치관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탈북청년은 "후원금과 강연료 등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성 탈북민 세대와 달리 대다수 탈북민, 특히 탈북청년들은 취직을 비롯한 본질적인 삶의 문제로 괴로워한다"며 "이 때문에 많은 탈북청년은 보수·진보라는 이념보다는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대통령 후보를 바라본다"고 말했다.

탈북민사회에서 홍준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대표적 인물은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출신인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와 홍 후보 캠프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장 등이다.

이들은 지난 3일 오전 수십 명의 탈북민과 함께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 정권과 단호하게 맞설 수 있는 강단 있는 후보, 종북세력을 청소할 강력한 후보"라며 홍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심지어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한국을 떠나 '집단망명'을 하겠다는 탈북민들도 등장했다.

'탈북자집단망명추진위원회'라는 한 단체는 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저희 목숨은 풍전등화"라며 "탈북민 3천 명과 함께 미국, 캐나다 등으로 망명하겠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애란 원장은 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 나부터 망명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단망명'을 추진하는 이유와 관련해 "노무현 정부가 2008년 2월 우리 해군에 구조된 북한 주민 22명을 모두 강제북송했고, 이후 이들은 북한에서 처형됐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또 "노무현 정부가 탈북자임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해 중국에서 활동하던 탈북민들이 중국 공안과 북한 보위부에 체포됐다"며 "2005년부터 2007년까지 1천여 명의 탈북민이 행방불명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2008년 북한주민 '강제북송' 주장에 대해 "당시 우리 정부는 바다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들에게 귀순 의사를 타진했다"며 "이들이 모두 북한으로 돌아가겠다고 해서 자유의사에 따라 돌려보낸 것으로 안다"고 반박했다. 이 당국자는 '탈북민 1천여 명 행방불명' 주장은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탈북민사회에서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이 경쟁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중도 성향 탈북민들 가운데 안철수 후보 캠프에 합류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가 안철수 후보 캠프에서 자문역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고, 중도 성향의 다른 탈북민들도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민 정착지원기관의 한 관계자는 "한국 사회의 강점이 다양성인 만큼 탈북민사회도 다양성이 있어야 사회 정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보수든, 진보든 한쪽으로만 경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yoon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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