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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명 자녀 중 지적장애 셋 둔 가장 "보살필 수 있어 행복"

송고시간2017-05-1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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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행복나눔대회서 '장한 아버지 상'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 남구에 사는 정모(51)씨는 저출산 시대에 보기 드물게 무려 8명의 자녀를 둔 가장이다.

전문대학을 졸업한 정씨는 철도청 기능직으로 일하면서 지금의 아내(45)를 만나 8명의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다자녀 가족'
'다자녀 가족'

8명의 자녀를 둔 정모씨 가족 10년 전 모습.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제공=연합뉴스]

첫째는 21살이고 둘째부터 막내까지는 초·중·고교를 다니고 있다.

가톨릭 신자인 정씨는 아이가 생길 때마다 하느님의 선물로 생각하고 사랑과 헌신으로 낳아 키웠다.

제왕절개 수술로 아이를 낳다 보니 막내는 정말 어렵게 태어났다고 한다.

다른 아이들보다 너무 일찍 엄마 뱃속에서 나온 막내는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정씨는 많은 아이를 키우느라 가정형편은 어려웠지만,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았다.

많은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예상치 않은 일들도 부부에게 찾아왔다.

8명의 자녀 중 첫째와 여섯째, 일곱째에게 지적장애가 나타났다.

또 자녀 5명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고 있다.

정씨 부부는 이를 절망으로 생각하지 않고 지금이라도 장애를 발견해 아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아이들 치료비, 병원비 등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면서 빚은 점점 늘어만 갔다.

빌린 돈이 감당이 안 되는 수준에 이르자 정씨는 고민 끝에 2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회사에서 받은 명예퇴직금으로 빚을 청산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생활비도 많이 들어가자 아내는 마트에서 커피 판매원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생계를 도왔다.

정씨도 아내와 함께 마트에서 일하다 지인의 소개로 지금은 우유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새벽 4시부터 일을 하고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가정형편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부부가 생계를 책임지면서 집안은 전쟁터로 변했다.

어린 자녀들끼리 생활하다 보니 거실과 방은 정리되지 않고 어지럽혀진 상태로 방치되기 일쑤다.

설상가상으로 정씨의 몸에 이상증세가 감지됐다.

고혈압, 협심증, 녹내장, 퇴행성 척수염, 목디스크 등이 정씨를 괴롭혔다.

정씨는 "하느님이 주신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만큼 해주지 못하고 아내까지 고생시켜 미안하다"면서 "지금 고비를 잘 견뎌내면 우리 가족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것으로 믿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오는 19일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가 마련한 '제2회 장애인 가족사랑 행복나눔대회'에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장애를 가진 자녀를 헌신적으로 보살핀 공로를 인정받아 '장한 아버지 상'을 받는다.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

[촬영 조정호]

이날 행사에서는 또 시각장애인이면서 국회의원을 지낸 정화원씨의 며느리 윤진애(41)씨에게 장애를 가진 부모를 헌신적으로 봉양한 공로로 효도상을 수여하는 등 6개 부문 수상자 7명에게 상금과 상장을 전달한다.

부산아동복지후원회 회장인 이상규 보문 대표이사는 이 행사에 시상금으로 300만원을 후원한 데 이어 정씨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자녀 8명에게 50만원씩 모두 400만원 장학금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부산시, 최정규 우정약품 대표이사, 전웅찬 눈사랑안과의원장, 고주복 두잉인터내쇼날 대표이사 등도 행사를 후원한다.

강충걸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장은 "장애와 역경 속에서 가족 간의 사랑을 숭고하게 지켜가고 있는 장애인 가족을 발굴해 우리 사회에서 가족사랑을 회복하고 장애인에 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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