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고려극장의 디바' 고려인3세 방 타마라 "저의 뿌리는 한국"

송고시간2017-05-16 18: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영화 '고려아리랑:천산의 디바' 속 주인공

'고려아리랑:천산의 디바'
'고려아리랑:천산의 디바'

[시네마달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저의 뿌리가 한국이고,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한국에서 왔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습니다."

카자흐스탄에 있는 국립고려극장의 '디바'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방 타마라(74)씨는 16일 극장에 앉아 자신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고려아리랑:천산의 디바'를 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날 언론 시사회에 참석차 카자흐스탄에서 한국을 찾은 방씨는 "멀리 떠나있는 우리를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감사하다"며 "이 영화를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윗세대가 겪은 고난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씨는 고려인 아버지와 러시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고려인 3세다. 어린 시절 엄격한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15살 때까지 밭일을 했다는 그는 드넓은 평원에서 노래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눈물 훔치는 방 타마라
눈물 훔치는 방 타마라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가수 방 타마라가 1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점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언론시사회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영화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는 모든 것을 상실한 이들에게 노래와 가무로 위로를 선사했던 '세기의 디바' 방 타마라와 이함덕의 드라마틱한 삶과 예술적 성취를 담아낸 작품. 2017.5.16
jin90@yna.co.kr

결국, 꿈을 이뤄 카자흐스탄의 오페라에서 활동했던 그는 1970년대 고려극장에 캐스팅됐다. 이후 고려극장의 순회극단인 아리랑 가무단을 대표하는 디바가 돼 강제이주된 고려인들을 찾아다니며 수십 년간 노래로 위로했다.

이국적인 외모와 깊은 음색을 가진 그는 풍부한 성량과 표현력을 바탕으로 재즈, 민요, 소비에트 유행가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음악 세계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다.

그가 속했던 고려극장은 1932년 창단 이후 지금까지 200편이 넘는 연극과 음악을 공연해온 고려인의 대표 문화 공간이다.

우리말을 전혀 하지 못하는 방씨는 "고려극단에서 일하기 전까지는 한국에 대해 전혀 몰랐다"면서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고 했지만, '한국어를 배워봤자 평생 쓸 일이 없을 것'이라는 말씀에 배우기를 포기했다"고 회상했다.

그의 조부와 아버지는 1937년 스탈린의 고려인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 이주됐다.

방씨는 조부와 아버지를 떠올리며 "제가 예닐곱 살 때 할아버지께서 '내가 이곳에 아무런 계획 없이 오게 된 것처럼, 너도 살다 보면 언젠가 한국에 갈 날이 올 수 있다. 그때가 되면 나를 대신해 너의 눈으로 한국을 봐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면서 울먹였다.

이 다큐에는 1970년대 방씨의 공연 영상과 현재 모습 등이 담겼다. 한번 떠나면 4개월이 넘도록 이어지는 순회공연에 어린 딸을 데리고 다니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개척해온 방씨는 현재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사회에서 교회 활동 등을 하고 있다.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속 이함덕 모습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 속 이함덕 모습

[시네마달 제공]

다큐는 고려극장의 최고 배우로 꼽혔던 이함덕(1914∼2002)의 삶도 조명한다. 이함덕은 고려극장의 첫 작품 '춘향전'의 첫 번째 여주인공으로, 20여 년 동안 춘향으로 활동하며 관객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은 강제로 이주당한 고려인들이 겨울을 앞두고 땅굴집을 짓고 살았던 초목 지대 등도 보여주며 고려인들의 슬픈 역사를 되새긴다.

지난해 여성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다큐로, 올해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아 오는 25일 극장 개봉한다.

김소영 감독은 "고려인의 150년 역사에는 중앙아시아의 유목문화와 다문화의 경험이 녹아있다"면서 "고려인은 소수민족으로 고된 노동에 시달려야 했지만, 지친 하루를 끝내고 고려극장에 모여 공연을 보면서 자긍심을 키웠다. 또 역경 속에도 고유의 문화를 일궈온 것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