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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동 철거민 때부터 도시빈민과 30년…함께 살기 실천해요"

송고시간2017-05-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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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나승구 신부

(서울=연합뉴스) 최근 창립 30주년을 맞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의 위원장 나승구 신부가 16일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2017.5.16.[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서울=연합뉴스) 최근 창립 30주년을 맞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의 위원장 나승구 신부가 16일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2017.5.16.[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선교라는 것이 단순히 신자 수를 늘리는 것은 아닙니다. 종교적 가치를 세상에 펼치는 것이죠."

16일 서울 중구 가톨릭 회관에서 만난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장 나승구(54) 신부는 빈민 사목(司牧)에 대해 이같이 말하며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도 선교지만 예수님을 믿는 이들의 공동체 속에서 그리스도교의 가치를 펼쳐나가는 것이 곧 선교"라고 말했다.

빈민사목위원회는 1987년 4월 28일 '상계동 철거민 사건'을 계기로 당시 김수환 추기경의 인준을 받아 서울대교구 내에 설립됐다. '도시빈민사목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해 30년 동안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난한 이들과 고락을 함께 해왔다.

빈민사목위원회 활동의 중심에는 '선교 본당'이 있다. 빈민사목위원회는 삼양동과 금호1가동, 무악동, 봉천3동, 장위 1동 등 5곳에 선교 본당을 두고 있다.

본당(本堂)이란 교구장의 권위로 사제에게 사목을 맡긴 신자들의 공동체를 뜻하며, 교회 행정단위에서는 신부가 상주하는 성당을 말한다. 하지만 선교 본당은 일반적인 성당과는 사뭇 다르다.

일단 외견상 일반 주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사 및 전례 거행을 위한 공간을 따로 두지 않으며 미사를 봉헌할 때는 거실이 곧 성당이 된다. 사제가 숙식하는 공간이면서 주민의 공부방이 되기도 하고, 식사를 나누는 자리가 되기도 하며, 마을의 문제를 논의하는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또 빈민사목위원회는 선교 본당 인근에 '평화의 집'을 운영하며 실직자의 구직활동을 돕는 등 저소득층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나 신부는 선교 본당에 대해 "선교 본당은 교적(敎籍)도 없고 사목 구조도 없지만, 사제들이 지역 주민들과 어우러져 살면서 예수님의 향기를 펼쳐나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흔히 빈민을 대상으로 한 활동이라고 하면 내어주고 베푸는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며 "가난한 이웃들이 삶의 주인이 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최근 창립 30주년을 맞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의 위원장 나승구 신부가 16일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2017.5.16.[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서울=연합뉴스) 최근 창립 30주년을 맞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의 위원장 나승구 신부가 16일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2017.5.16.[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아울러 단순히 물질적 도움만으로는 빈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어떤 대상으로 객체화할 때 빈곤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요. 사실 '빈민'이라는 말 자체가 상대방을 대상화하는 것이죠. 도와줄 수 있는 사람과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을 나누는 것 자체가 함께 사는 삶을 방해하는 요소에요."

나 신부는 또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로는 루카 복음 6장의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를 꼽았다.

"가난한 사람은 언제든지 무엇이든지 내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소유에 묶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모두가 부자가 되려고 할 때 가난한 사람은 반드시 생깁니다. 하지만 모두가 손과 마음을 비우려고 하면 가난한 사람이 생길 수가 없죠."

이어 나 신부는 "오늘날 우리는 가난을 부끄러워하고 가난 때문에 삶을 포기하기도 한다"며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정직함의 증거로 삼고, 귀하고 당당한 것으로 여기는 사회를 만들어야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절대적 가난은 극복의 대상이지만 자발적 가난을 선택할 때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 신부는 또 빈민사목위원회의 활동은 '공동체의 삶'을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나 신부는 "과거 도시빈민이 단순히 재개발지역의 철거민들로 규정됐던 것과 달리 오늘날 주거 형태와 직업 등에 따라 다양한 빈민이 생겨나고 있다"며 "이들이 공동체를 이루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가난하지만, 서로가 의지하고 어울려 살았던 달동네의 공동체적 삶은 사라지고 외딴 섬처럼 가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 신부는 그러면서 '이웃'을 강조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웃입니다. 물질적 결핍을 넘어서는 자발적인 가난의 삶, 가난하더라도 함께하는 이웃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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