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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처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입을 빌려주고 싶었다"

송고시간2017-05-18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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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훈 감독 첫 장편 영화 '꿈의 제인'

영화 '꿈의 제인'의 한 장면
영화 '꿈의 제인'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이방인처럼 살아가는 이들에게 입을 빌려주고 싶었습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꿈의 제인'은 가출팸(가출 청소년들이 모여 살아가는 공동체)을 전전하는 소녀 소현(이민지 분)과 이태원 클럽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 제인(구교환 분)과의 만남을 담은 영화다.

버려지는 게 두려운 가출 소녀 소현과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트랜스젠더 제인을 통해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연대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애정 어린 시선을 그린다.

18일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현훈 감독은 "이방인의 정서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애정이 간다"며 "현실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거나 말할 기회가 없는 이들에게 입을 빌려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가출팸들의 처참한 삶의 환경은 참혹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절망적인 것은 그런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삶을 향한 시선이었습니다. 신뢰를 잃어버린 아이들. 무엇도 희망하지 않는 아이들. 만약 이런 아이들을 두고 그 아이들의 고통을 전시하거나 분노를 선동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는 "시나리오 탈고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대한 용기를 가진 조언자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가진 인물, '제인'이 아이들 곁에 있다면 이야기를 끝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트랜스젠더 제인은 사회의 편견과 주변의 차가운 시선으로 고독하게 살아왔지만, 자신보다 더 약하고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으며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톡톡 쏘는 불친절한 말투로 독설을 뱉는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삶과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고 있다.

"이런 개 같은 인생 혼자 살아서 뭐하니, 그래서 다 같이 사는 거야', "우리 죽지 말고 오래오래 불행하게 살아요."

얼핏 삶을 향한 자조처럼 보이는 제인의 대사들은 삶이라는 끈을 홀로 힘겹게 쥐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함께 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조 감독은 "제인이 이상적 가치를 대변하는 인물은 아니다. 다만 삶의 어두운 일면을 응시하며 거기에 함몰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며 "나에게는 그것이 희망을 말하는 가장 겸손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조 감독의 첫 장편 영화인 이 작품은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남녀배우상을 받았으며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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