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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도발중단'이 대화 조건되나…한미, 추가협의 주목

송고시간2017-05-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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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정, 대북 관여조건으로 '北 도발중단' 제시

틸러슨도 "핵·미사일 실험중지 행동으로 보여야"

한미, '도발중단' 조건 구체화 필요…北, 호응 장담못해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중단이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와 북한 간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개시의 조건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김기정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24일 대북 관여를 위한 최소조건에 대해 "일단 북한이 더이상 도발을 하지 말아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관여(engagement)'는 북핵문제를 다루는 외교 무대에서 통상 대화나 협상을 뜻한다.

문재인 정부의 책임 있는 인사가 북한과의 대화 개시 조건에 대해 '도발 중단'을 이처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통상 '북한의 태도변화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표현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화가 가능하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의 도발 중단을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것은 미국이 먼저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8일(현지시간) 홍석현 대통령 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핵 실험, 미사일 실험 중지를 행동으로 보여야지 뒤로 북한과 대화를 해나가지는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특사단 관계자는 전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지를 대화를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사단 관계자도 당시 "미국의 1단계 목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3월 방한 때만 해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해야 대화를 하겠다며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는데,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 대해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런 미 정부의 기류 변화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맞물렸다는 점에서, 미국이 상대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적인 한국 새 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한미가 북한과의 대화 조건이 '도발 중단'이라는 점에 공감했더라도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정 2차장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올 준비가 됐다는 것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도발 중단에 대한 북한의 명시적인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일정 기간 탄도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하지 않으면 조건이 성숙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해 한미 간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차장이 "관여에 관한 미국 입장도 있기 때문에 그 방법과 시기, 조건들을 우리가 미리 좀 생각을 해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한 대목도 미국과의 추가 협의가 필요함을 시사한 발언이다.

북한과의 대화 조건에 대한 한미의 더욱 정제된 입장은 내달 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김기정 2차장은 남북대화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사전 협의를 강조했다.

그는 "남북대화는 지금 당장 하겠다고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대화) 조건을 어떤 방법으로 설정할 것인가는 우리 정부가 조심스럽게, 특히 미국과 정책 조정과 협의를 통해 조건에 관한 논의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남북대화가 진행되려면 미국이 동의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뜻으로, '한국이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한 발언이라는 평가다.

김기정 2차장은 대북 관여와 관련, "미국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테니 좋은 역할분담이 협력의 상징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힌 부분은 남북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발언으로 해석된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대화와 북핵 6자회담의 선순환'을 강조하며 남북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 진전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점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희망대로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고강도 도발은 중국의 고강도 제재를 의식해 자제할 수 있지만,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나 준중거리탄도미사일 '북극성-2형' 등 더 짧은 사거리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계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설사 당분간 도발 숨 고르기에 들어가더라도 한미연합훈련인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빌미로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그 이전에 대화 국면이 충분히 성숙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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