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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르포] '침묵' 흐르는 테러범 살던 동네

송고시간2017-05-25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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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흑인·아랍인 함께 사는 곳…이슬람사회 "우리한테 무슨 일 생길지 불안"

추모식 '사랑과 단합' 메시지…영국민 가슴에 엄중한 물음 던져

(맨체스터=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테러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5km 떨어진 맨체스터 남부 주택가.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서로 구분 안 될 만큼 비슷하게 생긴 2층짜리 주택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이곳이 2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64명을 다치게 한 자살폭탄 테러범 살만 아마디(22)가 살던 동네다.

아마디는 이곳에서 10대와 또래들이 좋아하는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장을 네일밤(못폭탄)으로 공격하는 끔찍한 계획을 꾸몄다.

맨체스터 청소년과 젊은이들이라면 유명 가수의 공연이 꾸준히 이어진 아레나를 한 번쯤은 찾았을 법하다. 6월엔 셀린 디용, 10월엔 레이디 가가 공연이 예정돼 있다.

아마디는 바로 그곳을, 또래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테러범 살만 아베디가 살던 동네
테러범 살만 아베디가 살던 동네

24일(현지시간) 오후 4시. 동네는 조용했다.

아마디의 집에선 감식반이 테러 배후에 있는 네트워크를 추적할 실마리를 찾으려는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전날 아침 이 집을 급습한 이후 하루 반나절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단서 찾기에 매달리고 있다.

동네에서 본 사람들은 인종적으로 다양했다. 백인, 흑인, 아랍인 등이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사이로 친구들처럼 보이는 청년 6명은 집에서 나온 듯한 편안한 옷차림으로 골목 한켠에서 웃으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흑인과 아랍인들이었다.

아마디도 아랍계 영국민이다. 그의 부모는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시절 박해를 피해 영국 런던으로 왔다. 난민 지위를 얻었다는 현지 언론보도가 있었다. 런던에서 살던 아마디의 부모는 맨체스터로 이사했고, 아마디는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전형적인 서민 지역, 아랍인들과 흑인들, 이슬람교도들이 모여 거주하는 지역이다. 영국 대도시들에는 대개 이런 지역이 있다.

여러 인종과 민족이 집을 맞대고 사는 이 지역 사람들은 이번 테러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이 지역 커뮤니티 활동가인 퍼거슨 나엠은 테러범이 "우리랑 같이" 있었다는 사실에 "충격과 경악"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교도 사회가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느끼고 있다. 신뢰를 쌓기 위해 당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아마디처럼 위험한 사람들)을 우리 지역사회에서 몰아낼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정보기관들과 경찰은 그동안 이슬람교도 사회가 테러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당국에 알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면서 이슬람교도 사회에 태도 변화를 촉구해왔다.

한 이슬람교도 사제는 "(이번 테러) 다음에 일어날 일을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테러 이후 이슬람교도들을 상대로 한 공격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가 몰고 올 자신들에 대한 나쁜 인식, 이슬람혐오주의가 번질까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전날 저녁 시내 앨버트 광장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식에 나온 수천명의 맨체스터 시민들은 사랑과 단합을 외쳤다.

'아이 러브 맨체스터'라고 새긴 플래카드를 들거나 티셔츠를 입고 나와 스스로 다짐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시내 곳곳에 같은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과연 그들의 다짐과 메시지가 이슬람교도 사회의 불안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리비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한 청년이 벌인 테러는 영국민 가슴에 엄중한 물음을 던졌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다발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다발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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