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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쟁이'로 몰린 英총리…강력한 지도자 이미지 '흔들'

송고시간2017-05-31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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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세' 실책에 과반의석 확대 노렸던 총선서 고전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내가 만일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관리라면 당신은 '허풍쟁이'(blowhard)라는 생각이 들 거다."

영국 스카이뉴스 제러미 팍스맨이 지난 29일 저녁 생중계된 테리사 메이 총리와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에게 날린 '한방'이다.

메이 총리가 제1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와 1대 1 총선 TV토론을 거부한 가운데 이날 인터뷰는 팍스맨이 코빈 대표와 메이 총리를 차례로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객석에 앉은 유권자들로부터 질문을 받는 시간도 마련해 최대한 맞장토론 효과를 얻으려 한 방송이었다.

오는 6월 8일 조기총선을 앞두고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추구해온 '안정적이고 강력한 지도력' 이미지에 금이 가고 있다.

메이 총리는 오는 6월 19일 시작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을 앞두고 조기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강력한 협상권을 손에 쥐어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지난 4월 18일 그동안 말을 뒤집고 조기총선을 전격 요청할 때만 해도 메이가 이끄는 보수당은 노동당에 20%포인트 이상 앞섰다.

메이가 조기총선을 결정한 배경에 이런 '압승' 전망이 계산에 있었다. 메이 측근은 하원 절반을 넘는 의석수를 50석~60석으로 늘릴 것으로 기대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메이 총리가 총선공약집을 발표하자 보수당의 압승 가도에 빨란 불이 커졌다.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집이나 요양시설에서 요양하는 노인들에게 요양비를 지원하는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소득 기준에 보유주택가치도 반영하겠다고 했다.

"평생 모아온 재산은 자신의 병간호에 직접 써야 한다"는 제러미 헌트 보건장관의 설명은 유권자들에게 인기는 없지만 보수당의 철학을 담은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팍스만과 메이 총리의 인터뷰 때 객석에 앉은 한 노인은 이 공약을 언급하면서 "내가 왜 당신에게 투표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야당인 노동당은 "치매세"라고 규정하면서 공세를 퍼부었다.

공약 발표와 더불어 보수당 지지도는 떨어지고 노동당 지지도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메이 총리는 사흘만에 본인 부담 상한선을 설정하겠다면서 사실상 유턴을 선언했다.

실책에 이어 '안정적이고 강력한'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인 유고브 조사 기준으로 보수당 지지도는 49%(11일)→44%(19일)→43%(25일) 등의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같은 기간 노동당 지지도는 31%→35%→38% 등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탔다. 이런 가운데 지난 22일 밤 22명이 목숨을 잃은 맨체스터 자살폭탄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테러에 따른 영향은 확실치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테러 소식이 메이 총리에게 불리한 '치매세' 논란을 덮었다.

또 메이 총리가 2000~2006년 내무장관으로 재임할 당시 경찰인력을 2만명 축소한 게 테러의 한 배경이라고 노동당이 공격했지만 테러 대처에 더 나은 정당과 총리 후보를 묻는 여론조사들에서 보수당과 메이가 여전히 노동당과 코빈 대표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왔다.

급기야 유고는 7만명을 대상으로 선거구별 개별 인터뷰 조사를 통해 보수당이 지금보다 20석을 잃은 310석을 얻는데 그치면서 과반의석마저 내줄 것이라는 예측치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다만 다른 여론조사들은 여전히 보수당이 노동당을 6~14%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어 과반의석수를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거 결과 보수당이 지금과 비슷한 수준의 의석을 얻는 데 그친다면 표면적으로는 선거 승리로 기록되겠지만 '조기총선은 없다'고 거듭 확인해온 약속을 저버리고 과반의석 확대를 노렸던 메이의 승부수는 실패로 귀결됐다는 평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협상에서 '우리 유럽인들의 미래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공개 발언을 내놓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강하게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총선 유세 펼치는 메이 영국 총리
총선 유세 펼치는 메이 영국 총리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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