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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파리협약 탈퇴로 G7 세계질서 주도 시대 종언?

송고시간2017-06-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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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국 간 협조체제에 균열·중국 등 신흥국 부상도 요인…G0(제로) 시대

G20 있지만, 회원국 스펙트럼 다양…유엔 안보리처럼 '결정 못 하기' 일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국의 파리기후협정 탈퇴선언을 계기로 주요 7개국(G7)의 세계질서 주도 시대가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G7은 그동안 글로벌 현안에 공동으로 대처해 왔지만, 협조체제에 균열이 생겼다. 올해 G7 정상회의 폐막 직후 미국이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합의인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한 것이 단적인 예다. 탈퇴를 계기로 미국과 독일을 비롯한 G7 회원국 간의 대립이 선명해졌다. 중국이 주요 2개국(G2)으로 등장하는 등 신흥국의 대두도 G7의 존재의미를 퇴색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파리 기후협정 탈퇴 선언(PG) [제작 최자윤]
트럼프, 파리 기후협정 탈퇴 선언(PG) [제작 최자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와 일본이 참여하는 G7 정상회의는 그동안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주요국들이 글로벌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무대 역할을 해왔다. 1975년 미, 일, 영,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등 6개국 정상이 오일쇼크에 따른 세계적 불황을 논의하기 위해 프랑스 랑부예에서 회동한 게 출발점이다. G6로 시작했지만, 이듬해인 1976년 캐나다를 받아들이면서 현재의 G7이 됐다.

당시는 자본주의의 서방과 옛 소련 및 동유럽의 사회주의 진영이 대립하던 냉전 시대였다. G7은 서방진영의 결속을 상징하는 모임이었다. 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98년 러시아를 받아들여 G8이 됐으나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를 배제, G7으로 복귀했다.

이후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2000년대 들어 중국 등 신흥국의 대두가 두드러지자 세계경제문제를 주로 논의하는 주요 20개국(G20) 체제도 등장했다. 세계정세가 크게 달라지면서 G7의 역할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은 회원국 내부에서도 제기돼 왔다.

실제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전 "러시아와 중국이 빠진 G7이 생산적인지 아닌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G7 재편성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전후 사정으로 보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에 눈을 돌리고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는 중동순방과 G7 정상회의 참석 등 이번 외국 방문의 최우선 과제로 과격파 '이슬람국가(IS)' 소탕 등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웠다. 선거 과정에서도 "미국과 러시아가 사이좋게 IS를 공격하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를 중시한다는 의미다.

올해 G7정상회의에서도 공동성명에 "테러방지"가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대러시아 경제제재 계속도 확인했지만, 공동성명이 나오기 직전 백악관 관계자가 제재완화 검토를 내비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에도 북한 문제에 관해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기간 공약했던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미뤘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정치적 압력 강화를 중국에 촉구했다.

G7은 자유와 민주주의, 경제안정, 인권, 환경 등의 글로벌 현안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제 회원국 간 협조체제 균열과 신흥국의 부상으로 영향력이 저하되면서 세계의 리더가 없는 "G0(제로) 시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전했다.

여기에 자국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G7 같은 다국간 틀보다 양국 간 협상을 선호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이 독판 행세하는 상황을 "G1"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G7은 세계 경제의 약 70%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50% 밑으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러시아를 포함한 신흥국의 존재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G20이라는 다자간 논의기구가 생겼지만, 구성국의 면면은 공산당 1당이 지배하는 중국에서부터 왕정체제인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체제가 전혀 다른 국가가 다수 포함돼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마찬가지로 각각의 이해가 대립해 좀처럼 의견을 모으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가치관이 다른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차이에 비하면 G7 간의 차이는 작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변에 따르면 총리는 이번 G7 회의 정상선언에 반보호주의를 집어넣을 때 "트럼프 대통령을 끈질기게 설득했다"고 한다. G7이 손을 맞잡을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세계는 경제 양극화와 이민·난민 문제, 테러 위협 등 협조가 필요한 공통의 난제에 직면해 있다. 아사히는 G7이 글로벌 현안 논의를 계속 주도할 수 있을지 여부는 일본과 유럽 등 미국 이외의 G6가 중국과 러시아에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면서 독선적으로 행동하는 미국을 제어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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