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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영국…브렉시트 협상의제 입장변화 생기나

송고시간2017-06-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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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관세동맹·아일랜드 국경 둘러싼 변화 조짐

EU, 압박 지속하며 영국 내부 노선변화 가능성 주시

"잘가라! 하드 브렉시트"
"잘가라! 하드 브렉시트"

(런던 AFP=연합뉴스) 8일 치러진 영국 조기총선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과반의석을 상실함에 따라 그가 추구해온 하드 브렉시트 진로에도 불확실성이 드리워졌다. 런던에서 시위대가 하드 브렉시틀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16475@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보수당의 과반 의석 실패로 끝난 영국의 조기 총선 결과가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U는 표면적으로 협상 전략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영국이 노선을 수정할 경우를 대비해 제반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EU는 메이 총리가 '탈퇴조건 협상'과 함께 '미래관계(자유무역) 협상'을 동시에 추진할 경우 유럽이 협상안을 다시 만드는 데 1년은 걸릴 것이라는 입장을 메이 총리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EU 고위 관계자는 "영국이 이미 마련된 협상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미셀 바르니어 EU 브렉시트 수석대표에게 새로운 협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주는 데 1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혼돈의 영국…브렉시트 협상의제 입장변화 생기나 - 1

이는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협상 시한이 2년으로 정해져 촉박한 만큼, 새로 수정안을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선(先) 탈퇴조건 협상, 후(後) 미래관계 협상' 원칙을 정해놓은 EU가 영국이 주장하는 병행 협상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하게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영국 총선 이후 EU 고위 관계자들이 영국을 상대로 조속히 협상에 나설 것을 잇따라 촉구하며 영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의 연장선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EU 측 고위 협상 관계자는 "영국에서 일어난 소용돌이에 우리가 빨려 들어갈 필요가 없다"면서 "우리는 평정심을 갖고 임무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EU 내부에선 메이 총리의 입지 축소로 협상이 탄력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U의 한 고위 관계자는 "메이 총리의 행동반경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유럽 정상회의에서 대화 나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좌),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우).[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작년 12월 유럽 정상회의에서 대화 나누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좌),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우).[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내부의 정치 지형 변화는 EU의 협상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메이 총리가 주도하는 브렉시트의 색깔은 국경 통제권, 사법권을 독립적으로 장악하는 대신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탈퇴할 수 있다는 '하드 브렉시트'다.

이번 조기총선이 끝난 뒤 이미 영국 내에서는 EU와의 결속 일부를 유지하려는 '소프트 브렉시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노동당을 중심으로 관세동맹 탈퇴에 반대하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보수당 내부에서도 탈퇴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군터 외팅거 EU 집행위원은 독일 일요신문 프랑크프루터알게마이네와의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가 애초 의도한 것보다 EU와 영국 간의 결속을 가깝게 하기 위해 대화하는 게 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수당이 과반을 위해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과 연대하기로 하면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사이에서의 국경 통제 문제도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하는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아일랜드는 EU에 대한 수출, 특히 아일랜드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하드 브렉시트에 난색을 드러내고 있다.

그 때문에 DUP의 기본 입장은 브렉시트에 찬성하지만 관세동맹을 탈퇴할 경우 국경 통제가 강화되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결국 DUP가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상황에서 메이 총리가 이 문제에 더욱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브렉시트 협상 영국 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은 아일랜드, 북아일랜드의 국경을 통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날 밝혔다.

조금씩 변해가는 브렉시트 색깔 속에 오는 22∼23일 예정된 유럽 정상회의서 메이 총리가 보낼 메시지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EU 27개국 정상들은 협상안을 변경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메이 총리가 태도 변화를 보일 경우 EU도 이에 호응할지 주목된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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