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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코피·잇몸출혈이 멈추지 않아요"

송고시간2017-06-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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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세포 이상 질환 '골수형성이상증후군'…환자 80%가 60대 이상

"평상시 혈액검사 수치와 몸의 변화에 관심 가져야"

(서울=연합뉴스) 정준원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 = #. 양치질을 할 때마다 잇몸에서 나는 피가 잘 멈추지 않던 박모(여·64.경기 의정부)씨. 잇몸이 안 좋아 그러려니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코피도 잦아지고 잘 멈추지 않았다. 한번은 코피가 났는데 티슈를 반 통이나 쓸 정도였다. 이에 동네 병원을 찾아 혈액검사를 받은 박씨는 담당의사로부터 대학병원 응급실로 곧장 가보라는 권고를 받았다. 대학병원서 나온 진단명은 '골수형성이상증후군'이었다. 박씨는 이 병원에서 혈소판 수혈을 받고 나서야 출혈이 겨우 멈출 수 있었다.

다소 긴 이름을 가진 '골수형성이상증후군'(Myelodysplastic Syndromes, 이하 MDS)은 골수에서 혈액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심각한 이상이 발생한 여러 가지 질환을 뜻한다. 하지만 혈액, 골수, 이상과 같은 단어들의 정확한 의학적 뜻을 알아야 병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에 진단받은 환자나 이를 설명해야 하는 의사 모두에게 어려운 질환이다.

우리 혈액 속에는 적혈구, 백혈구 및 혈소판 등 다양한 혈액세포가 있다. 이 혈액세포들은 온몸에 산소를 운반하고, 외부 침입 세균을 파괴하며 출혈을 멈추게 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MDS는 이들 혈액세포의 수와 질이 정상 이하로 줄어드는 혈액질환이다.

정준원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
정준원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

[세브란스병원 제공=연합뉴스]

노화가 시작되면 모든 장기의 기능이 떨어진다. 매일 5천억개에서 1조개 정도의 혈액세포를 만들어내는 골수는 그나마 노화의 영향이 덜한 편이다. 그러나 골수 내 조혈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화와 이상이 축적돼 한계점을 넘으면 몸이 필요로 하는 충분한 양과 질의 혈액세포를 만들지 못하게 된다.

현재까지 이 질환의 정확한 발병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증상이 비교적 서서히 진행되지만, 환자의 약 30%가 혈액암인 급성 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하는 중증 질환에 속한다. 출혈이나 기타 감염성 질환이 생기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국내에서는 매년 800∼900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환자의 80% 이상이 60대 이상이다. 완치를 위해서는 병든 골수를 건강한 골수로 교체하는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하나 고령 환자의 특성상 과정이 힘든 이식치료 대신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대증 치료는 수혈로 빈혈을 완화하거나 지혈을 도와주고 조혈성장촉진인자를 투여해 혈액세포의 생산을 촉진하는 방식이 쓰인다. 급성 골수성백혈병의 전 단계 질병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백혈병 환자와 비슷한 항암치료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편이다.

다행히 2000년대 들어 '후생 유전적(Epigenetic) 항암제'에 속하는 '저메틸화 의약품'이 새로운 표준 치료법으로 확산하면서 이전보다는 좋은 치료 효과를 내고 있다. 또 다양한 신약들에 대한 임상연구가 국내에서 진행 중이어서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MDS는 단순 빈혈, 만성피로증후군, 심장혈관질환, 감염질환에 의한 증상과 구별이 어려워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평상시 혈액검사에서 정상치 이하의 빈혈, 백혈구 감소, 또는 혈소판 감소 소견이 있을 때는 정도가 심하지 않더라도 간과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MDS 확진을 위해서는 골수검사가 필수다. 그런데 이 검사를 척추뼈에 바늘을 넣어 척수액을 뽑는 척수검사와 혼동한 나머지 추후 허리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기피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골수검사는 척추가 아닌 몸의 가장 큰 뼈인 엉덩뼈 뒤편에 바늘을 넣어 그 안에 있는 골수를 뽑아 검사하므로 척추 통증과는 무관하다.

MDS는 발병원인과 증상이 복잡하고 치료가 어려운 혈액질환이긴 하지만,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국내 대학병원 몇 곳은 국제MDS재단(mds-foundation.org)이 인증할 만큼 우수한 치료역량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수의 환자들이 증상 조절을 통해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다소 생소한 혈액질환이지만 MDS는 국내 고령화 추세에 따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평상시 자신의 혈액검사 수치와 몸의 변화에 좀 더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 혈액질환도 조기에 진단하면 좋은 치료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기억해야겠다.

◇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의심 증상

▲ 이유 없는 만성 피로감이 심하다.

▲ 코나 잇몸에서 피가 자주 나고 잘 멈추지 않는다.

▲ 작은 충격에도 온몸에 멍이 잘 생긴다.

▲ 전에 없이 월경량이 과하게 나타난다.

▲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도 가빠지는 증상이 지속한다.

▲ 염증 질환이 자꾸 생긴다.

골수 검사 모습
골수 검사 모습

[세브란스병원 제공=연합뉴스]

◇ 정준원 교수는 1994년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우현학술상과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연세암병원 혈액암센터장과 혈액내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혈액암과 출혈성질환, 빈혈 등 중증 혈액질환을 전문적으로 진료하고 있다. 연세암병원에 설치된 암예방센터에서 MDS클리닉도 운영 중이다. 대한혈액학회 급성골수성백혈병ㆍ골수형성이상증후군 연구회 간사를 맡고 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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