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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김형모 월드비전 PM "세상 바꾸는 일에 도전하라"

송고시간2017-06-1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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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CA '가나 동부지역 초등학교 저학년 읽기능력 향상사업' 총괄

덜 가진 사람 도우려 잘 나가는 애널리스트 그만두고 NGO 투신

김형모 월드비전 프로젝트 매니저
김형모 월드비전 프로젝트 매니저

(아크라<가나>=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월드비전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1억 명의 지구촌 이웃을 돕는 국제구호개발 NGO이다. 한국 월드비전은 1991년 자립을 선언하면서 해외 사업을 시작했으며, 현재 서부아프리카 가나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추진하는 '동부지역 초등학교 저학년 읽기 능력 향상사업'에 파트너로 참여 중이다.

사업 관리 책임자인 김형모(38) 월드비전 프로젝트 매니저(PM)는 지난해 4월 가족과 함께 아크라로 건너왔으며 2019년까지 사업을 수행한다. 그가 일하는 현장은 아크라 북쪽으로 3시간 정도 자동차를 타고 달리면 나오는 판테아크와군 배고로시다. 그와 함께 직원 6명이 한팀을 이뤄 3년 동안 아이들의 읽기 능력 향상에 나서고 있다. 109개 학교 545명의 교사에게 교수법을 가르치며 130개 마을에 방과후 학교를 개설했다.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위해 아크라까지 달려온 김 PM은 "한국은 유치원에 다니면 읽고 쓰기가 가능하지만 여기 아이들은 10명 중 3명 정도만 읽기가 된다"며 "초등학교 1∼3학년생들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읽을 수 있을까, 영어와 가나의 언어인 취어(TWI)를 쉽게 읽을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현장팀은 먼저 학부모와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아이들이 왜 읽어야 하는지를 깨우쳤다. 나중에 사업이 끝나더라도 추장과 지역 리더들이 책임을 지고 그 사업을 지속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마을과 마을을 다니며 펼치는 NGO 사업은 굉장히 더디게 성과가 나타나요. 눈에 확 띄게 변화하지 않죠. 그래도 사업 시작 1년이 지나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학부모들과 추장들이 우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을 확인하고, '달라진다'는 증언을 전해 들을 때 모든 수고와 애씀을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그런 것들이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보람이죠."

마을 주민과 학생들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모든 인쇄물과 사인보드, 현수막 등에 KOICA 로고와 이름을 노출한다. 김 PM 스스로 '걸어 다니는 한국 알리미'이기도 하다. 사업 현장의 모든 마을에서 유일한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정스럽게 인사하고, 포옹하다 보면 어느새 친구가 된다.

파견 온 지 일주일 만에 급성 맹장에 걸려 수술을 했고, 함께 일하던 직원은 말라리아에 걸려 고생을 하기도 했다. 현장에 있는 모기의 50%는 말라리아 모기여서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빗물을 받아 마시기에 풍토병도 수시로 걸린다. 그는 이처럼 고단한 NGO 활동에 왜 뛰어들었을까.

고려대 경영학과와 대학원에서 재무 관련 석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신용평가회사인 한국기업평가에 애널리스트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장이었다. 기족과 친구들도 좋아했지만 정작 본인은 만족하지 못했다. 많이 가진 사람들에게 더 벌도록 해주는 직업에 대한 회의가 밀려왔다. 어려운 곳에서 조금 덜 가진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돈이 아니라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싶어졌지요. 그래서 직장을 과감히 그만두고 월드비전으로 이직했어요. 월급은 반 이상 줄었지만 마음은 더 편하고 보람은 더 크다고 느낍니다."

월드비전 후원자로 활동하던 아내(교사)와의 만남도 그의 결정을 앞당겼다. 아내의 적극적인 응원 덕에 회사를 옮기고 결혼에도 골인했다. 그는 월드비전에서 5년간 해외 프로젝트 관련 예산을 배정하고 관리하며 잘 사용하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일을 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현장에 나왔다.

"다른 직원들에 비해 현장 경험은 미천하지만 항상 어려움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사명감 없이는 버티기 힘들다는 것도 무겁게 느끼고 있고요.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이 가장 소외된 누군가를 돕고 있기에 항상 가슴을 뛰게 합니다. 지금도 시골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의 눈동자를 떠올리면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그는 KOICA 봉사단원을 포함해 현장을 누비는 NGO 활동가들을 '최전방 소총수', '국제개발사업의 마지막 서비스 종점에서 일하는 활동가'라고 칭한다. 그래서 NGO에 들어오려고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건넨다. '철저한 동기부여로 무장하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가슴에 새겨라', '가난한 개도국 시골 마을에서 그 누군가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행복하게 여겨라' 등이다.

한국 청년들이 재능과 지식을 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는 일에 사용하기를 그는 희망한다. 실패하더라도 일단 시도는 해보길 권유한다. 곧바로 NGO에 들어오면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으므로, KOICA를 비롯한 국제구호 단체를 통해 미리 6개월에서 1년 정도 기회를 얻는 것도 방법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취업난에 꽉막혀 길을 잃은 한국 청년들에게 한마디 던졌다.

"시민단체(NGO)에서 일하면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도전해보세요."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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