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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사우디 단교에도 꼿꼿한 카타르…"봉쇄하면 협상도 없다"

송고시간2017-06-20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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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해제 먼저" vs "테러지원 중단 먼저"

카타르 "이란 포함 카타르에 협력하는 국가에 의지"

카타르 항공 로고[AFP=연합뉴스자료사진]
카타르 항공 로고[AFP=연합뉴스자료사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의 정치·종교적 '대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단교 압박을 받는 '걸프의 소국' 카타르가 고분고분하게 해결을 모색하는 대신 정면 대결을 택하는 모양새다.

셰이크 모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과 인터뷰에서 "카타르는 봉쇄를 당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협상도 없다"고 못 박았다.

알타니 장관은 "그들(카타르와 단교한 사우디 등 아랍국가)이 우리와 협상하고 싶다면 현재 봉쇄조치를 풀어야 한다"면서 "봉쇄 해제는 상황이 진전되는 선결조건"이라고 요구했다.

또 "(단교의 배경인) 알자지라의 논조나 외교 정책 노선은 카타르의 문제로 누구도 개입해선 안 된다"면서 "우리는 우리 내부 문제로 협상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카타르는 집단 단교를 선언한 이웃 걸프 국가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에서 요구 사항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조건을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타니 장관은 단교 사태를 중재한다면서 터키, 프랑스 등 여러 정부가 나섰지만 쿠웨이트만이 유일한 중재자라고 지목했다.

그는 "주변 걸프 국가의 봉쇄가 계속된다면 우리와 협력하는 터키, 쿠웨이트, 오만 등에 의지하는 대비책이 있다"면서 "이란은 카타르 항공사가 영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해 봉쇄조치에 굴하지 않고 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카타르 수도 도하의 마천루[AP=연합뉴스자료사진]
카타르 수도 도하의 마천루[AP=연합뉴스자료사진]

카타르 국영 카타르항공의 아크바르 알바케르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파리에어쇼에 참석해 "걸프 국가의 영공 봉쇄조치는 불법"이라며 "후유증이 오래 남는 상처가 될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카타르가 사우디와 UAE 등 객관적으로 국력이 강한 나라의 봉쇄와 압박에 강공으로 맞서는 것은 사태의 또 다른 축인 미국 정부가 이번 단교 사태에 입장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카타르가 테러리즘을 지원한다면서 사우디를 지지했지만 14일 카타르와 120억 달러에 달하는 F-15 전투기를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15일엔 양국 해군의 합동 군사훈련도 시행했다.

중동 내 역학 관계와 사우디의 대외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최강국 미국이 사우디 편에 일방적으로 서지 않으면서 카타르로선 버틸만한 여지가 생긴 셈이다.

핵협상으로 지난해부터 이란이 국제무대에 재등장하게 되면서 사우디 일변도의 중동 판세가 양강 구도로 재편된 점도 카타르가 고립되지 않은 이유다.

이란의 부상은 큰 틀에서 이번 단교 사태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카타르가 사우디의 공세를 막아 낼 수 있는 피난처가 됐다.

아울러 카타르는 세계 최대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량(시장점유율 31%)을 보유한 에너지 '강소국'이라는 점도 주변 강국의 공세에 꼿꼿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카타르의 LNG는 이번 단교에 동참한 UAE를 비롯해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 영국, 벨기에, 프랑스 등 각 대륙 주요 국가에 수출되고 있다. 이란처럼 카타르의 에너지 수출을 제재한다면 국제적인 '연료 파동'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카타르의 단교 사태에 전 세계가 주목하게 되면서 아랍 주요국과 소국 카타르의 힘겨루기가 의외로 대등하게 진행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카타르에 대한 단교에 동참한 아랍에미리트(UAE)의 안와르 가르가시 외교담당 정무장관은 19일 "카타르 단교 사태가 수년간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르가시 장관은 "우리는 사태를 악화하거나 카타르를 고립시킬 뜻이 없다"면서도 "카타르가 극단주의 이슬람주의에 대한 지원을 먼저 포기해야 사태 해결이 중재될 것'이라고 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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