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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투기단속 열흘째…'숨어버린 중개업소'

송고시간2017-06-2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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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뜨기도 전부터 일제히 철시…"거래 못하고 시세도 잘 몰라"

국토부 "시스템 분석해 불법 행위 100여건 적발…집값 안정때까지 단속"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A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애가 탄다.

사무실 문을 열지 못하고 밖에서 걸려오는 전화만 받는 것이 벌써 열흘째. 이 사이 매매 계약은 커녕 전월세 계약도 한 건도 못했다.

이 일대 중개업소는 정부의 부동산 투기 합동 단속반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진 지난 12일부터 일제히 문을 닫았다.

A사장은 22일 "단속이 뜬다고 하니까 여기 친목회에서 무조건 문을 닫으라고 해서 영업을 못하고 있다"며 "지난 19일 정부 대책 발표를 전후해 매도 호가가 제법 떨어졌을 듯한데 단속이 길어지면서 물건 작업은 안되고, 시세도 잡히지 않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 커피숍에는 요즘 '자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 단속을 피해 중개업소들이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잔금 계약을 처리하려는 중개사와 매수·매도자들로 북새통이다.

일반 손님까지 많은 오후 피크 시간에는 커피숍에 빈 자리가 없어 줄을 서서 대기하고, 미용실 등 인근 상점의 쇼파를 빌려 잔금 계약을 처리하는 웃지못할 광경도 볼 수 있다.

대치동 B중개업소 대표는 "신규 계약은 못해도 기존 계약의 잔금 처리는 반드시 해야 하는데 단속반이 언제 뜰지 모르니 다들 커피숍에 모여 잔금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주택 거래가 안되니 이 동네 이사와 도배 등 연관 업종에도 영향이 온다고 한다"며 "이 상태가 계속되면 중개업소 영업에도 타격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단속반과 숨바꼭질을 하는 중개업소도 적지 않다. 하루종일 문을 닫았다가 단속반이 퇴근하는 오후 6시 이후나 주말에 잠시 영업을 하는 것이다.

강동구 둔촌동 C중개업소 사장은 "공무원들이 근무하지 않는 저녁 시간이나 주말에 일부 업소들이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 합동 투기단속반 활동 모습
정부 합동 투기단속반 활동 모습

정부가 합동 투기 단속반을 투입해 부동산 투기 단속을 진행중이다. 사진은 13일 단속반이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인근 공인중개사를 돌아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6·19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 발표에 앞서 시작된 정부 합동단속이 강도높게 진행되면서 중개업소들도 울상이다.

근래 드물게 정부 단속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거래 마비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단속반은 현재 서울 강남 4구 뿐만 아니라 노원, 마포, 성동, 용산구 등 집값이 많이 오른 강북 지역에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친목회'라는 네트워크로 묶여 있는 중개업소들이 단속이 떴다하면 집단 철시하면서 현장 단속 실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의 청약조정지역도 합동 단속이 뜨기 전부터 중개업소가 일제히 문을 닫았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다운계약 등 불법을 저질러서가 아니라 단속이 뜨면 영업장부를 가져가고 사무실을 쑥대밭을 만들어놓으니 가능하면 피하려는 것"이라며 "단속반 만나서 좋을 게 뭐 있겠느냐"고 말했다.

용산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경찰에 세무사까지 동원됐는데 솔직히 털어서 먼지 안나올 곳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간혹 중개계약서를 허술하게 작성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들이 꼬투리잡힐 수도 있으니 문부터 닫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 한 중개업소 사장은 "대책 발표 이후에도 매일 단속반이 떠서 사실상 영업은 엄두도 못낸다"며 "일단 이번주까지 문을 열기는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국토부, 지자체, 경찰, 세무서 등이 포함된 10개 단속반이 가동되고 있다. 연인원으로 99개조, 230명이 투입될 것이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는 이번 단속의 시한을 못박지 않고 있다. 중개업소의 볼멘소리에도 "떳떳하게 영업을 했다면 문을 닫을 이유도 없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히 분양권 거래 현장에선 아직도 다운계약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단속 시한 없이 수시로, 불시에 암행 이동 단속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12일부터 현장 점검과 함께 부동산거래정보시스템(RTMS)과 금융결제원의 청약시스템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현장 단속보다는 오히려 시스템 분석을 통해 과다 청약자와 청약통장 거래, 위장전입, 다운계약 등 위반 사례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단 이틀간의 시스템 분석만으로 100여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며 "위반 사례들은 지자체와 경찰에 넘겨 과태료 등의 처분이 내려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당분간 현장 점검을 지속할 계획이다. '현행범'을 잡긴 쉽지 않지만 과열과 투기 심리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단속으로 분양권 현장 등에서 활개를 치던 떴다방 등이 잠잠해지는 등 실효성이 나타나고 있다"며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단속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단속으로 문을 닫은 중개업소들
정부 단속으로 문을 닫은 중개업소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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