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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슬람 원리주의로 치닫나…학교서 '진화론' 안 가르친다

송고시간2017-06-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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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주의 축소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 의지 반영"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터키 정부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진화론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미국 CNN방송, 영국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터키 교육위원회 알파슬란 더머스 위원장은 23일(현지시간) "(진화론의) 과학적 배경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린 학생들에게 논쟁적인 주제를 가르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찰스 다윈이 확립해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현대 생물학의 근간으로 받아들이는 진화론은 2019년까지 터키 교육과정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터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터키 사회의 뼈대를 이뤘던 세속주의에서 탈피해, 사회 전반에 이슬람 원리주의 색채를 강화하려고 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슬람 경전인 쿠란은 성경과 마찬가지로 아담과 이브가 최초의 인간이며, 신이 진흙으로 아담을 빚고 다시 아담에게서 이브를 창조했다고 설파한다.

이날 발표에 일군의 터키 학자들은 성명을 내 터키가 학교 교육에서 진화론을 금지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나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터키 정부는 나아가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와 관련된 내용도 교육과정에서 축소할 예정이다.

아타튀르크는 터키 독립운동을 승리로 이끌어 터키 내에서 국부로 추앙받고 있으며, 터키가 세속주의 국가를 지향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아타튀르크와 관련된 교육을 줄이는 것은 터키 사회에서 그의 영향력을 축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더머스 위원장은 "새 교육과정은 국가의 가치를 강조하고, 이슬람학자들의 공헌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며 "역사 교육은 '유럽 중심주의'를 벗어나고, 음악 교육은 다양한 터키 음악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새 교육과정 초안은 이미 에르도안 대통령의 승인을 받았으며, 다음 주에 최종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군부 쿠데타를 진압한 후 배후세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숙청을 단행해 입법, 행정, 사법에 이은 '제4의 견제세력'으로 불리던 군부마저 제압했다.

아타튀르크의 뜻을 받들어 터키 세속주의를 확립했던 군부가 힘을 잃으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슬람 원리주의 강화 노력에도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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