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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인생플랜] ⑪ 평생 수련 유도 덕에 인생 2막 한판승

송고시간2017-07-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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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 년 유도 수련, 강력계 형사에서 유도 전도사로

"낙법에 인생이 담겨있다. 인생의 진리와 비슷해…"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평생 취미로 여기고 수련한 유도로 인생 2막을 열게 돼 행복합니다. 느지막이 배운 기술로 반전의 인생 2막을 연 한판승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평생 갈고닦은 취미로 진득한 누르기 한판승을 따냈다고 할까요."

유도 전도사로 거듭난 신임 서정우(69) 부산유도협회장의 말이다.

서 협회장은 지난달 25일 취임한 뒤 유도 저변 확대를 위한 구상과 활동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한 달 전만 해도 유도로 인생 2막이 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는 '뼛속까지 형사'라고 불릴 정도로 열혈 경찰이었다.

28세 때 꿈에 그리던 강력계 형사가 된 후 퇴임하기까지 32년간 범인 잡는 일에 몰두해 왔다.

서정우 부산유도협회장
서정우 부산유도협회장

1989년 범죄와의 전쟁 때 세력다툼을 벌이던 조직폭력단 부두목을 격투 끝에 붙잡고, 토막 난 채 부산역에 버려진 대구 4세 아동 살해사건의 진범을 검거하는 등 굵직한 사건을 해결하며 이름을 날렸다.

이런 공로로 그는 남부경찰서 형사과장으로 경찰생활을 마감하기까지 특진만 3번을 했다.

퇴임 후 9년이 지나 부산유도협회장을 맡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유도와의 인연이 누구보다도 깊다고 그는 자부한다.

유도와 인연을 맺은 건 중학교 1학년 때.

어린 시절부터 유달리 덩치가 좋아 "운동을 해보라"는 말을 많이 듣던 터에, 이종사촌 형의 지인인 윤용조 당시 유도 9단에게 사사할 기회가 생겼다.

어린 서정우는 유도 재미에 흠뻑 빠져들었다고 한다.

과격할 줄로만 알았던 유도의 핵심이 사실 '부드러움'에 있다는 반전의 깨달음을 체득한 뒤에는 연일 이어지는 고된 근무에도 몸을 꾸준히 단련해왔다.

"유도의 '유'자가 부드러울 유자입니다. 남을 다치게 하고, 꺾고 찢는 게 유도의 본질이 아닙니다. 경찰에게 꼭 필요한 범인 제압 능력이었고, 나이를 먹어도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해 열심히 했습니다."

서정우 협회장 젊은 시절 모습
서정우 협회장 젊은 시절 모습

[서정우씨 제공 =연합뉴스]

서 협회장은 꾸준히 단을 높여갔다.

처음 경찰에 입문했을 때 공인 3단이었는데 퇴임이 다가올 때쯤에는 6단으로 높아졌다.

퇴임 후에는 유도심판 자격증을 취득했고 지난해는 승단시험을 치르고 공인 7단에까지 올랐다.

유도에 대한 50여 년의 애정이 낳은 결과였다.

그는 낙법에 인생이 담겨있다고도 말한다.

"높이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순간에 몸을 낮추고 둥글게 말아서 팔부터 순서대로 바닥에 몸을 착지시키면 크게 다치지 않습니다. 인생의 진리와 비슷하죠. 요즘도 집에서 심심하면 이불을 펴고 낙법을 연습합니다. 느끼는 게 많아요."

그의 근면함과 유도에 대한 사랑은 협회원들의 인정을 받았고 결국 추대를 통해 협회장까지 맡게 됐다.

어린이들에게 유도를 가르친 뒤 기념촬영 하는 모습
어린이들에게 유도를 가르친 뒤 기념촬영 하는 모습

[서정우씨 제공 =연합뉴스]

서 협회장은 좋아하는 일에서 인생 2막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경찰 퇴직을 하던 해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행정실장으로 4년을 일해보기도 했다"면서 "물론 거기서도 새로운 업무를 배우고 값진 시간을 보냈죠. 하지만 지금만큼 보람과 기쁨을 느껴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도 저변 확대를 위해 온 힘을 다할 생각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은 유소년배 유도경기(교육감배)가 없는 3개 도시 중 하나다.

4년간의 임기 내 유소년 대회를 꼭 유치하겠다는 각오다.

또 청소년들이 유도에 관심을 가질만한 프로그램도 개발하겠다고 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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