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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 심각한 일본, 대기업 취업은 여전히 '좁은 문'

송고시간2017-07-0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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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낙방 구직자 몰려 중견·중소기업 설명회 성황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의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올해 2월에는 대졸 예정자의 90%가 졸업 전에 이미 취직이 결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야근을 안 시킨다"거나 "근무시간이 짧다"는 등의 "유리한" 근무조건을 적극 홍보하는 기업 관련 뉴스도 자주 눈에 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우리 입장에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알려진 만큼 취업희망자 모두가 회사를 "골라가는" 정도는 아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난이 심각한 건 사실이지만 구직자 대부분이 희망하는 대기업 입사의 문은 오히려 좁아졌다.

일본에서는 리쿠르트웍스연구소가 매년 봄에 발표하는 '대졸구인배율'이 취업시장의 현황을 보여주는 통계로 많이 이용된다. 이 수치가 구직자가 '갑'이 되는 근거의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내년 봄 졸업예정자의 구인배율은 1.78배로 전년보다 약간 높아졌다.

구인배율은 구인수를 구직자 수로 나눈 수치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의미한다. 내년 봄 졸업예정자의 구인배율은 2009년의 2.14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초빙하기'로 불린 2011~2014년의 1.2배에 비하면 확실히 높아졌다.

하지만 구인배율을 기업 규모별로 비교해 보면 겉보기와는 다른 취업시장의 속사정이 드러난다.

종업원 300명 미만 기업의 내년 졸업생 구인배율은 올해의 4.16에서 6.45로 높아졌다. 300~999명 기업의 구인배율도 올해 1.17에서 1.45로 높아졌다. 하지만 종업원 1천~4천999명인 기업의 구인배율은 올해 1.12에서 내년에는 1.02로, 종업원 5천 명 이상의 대기업은 올해 0.59에서 0.39로 각각 낮아진다.

종업원 3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의 경우 구직자 1명에 일자리가 6개로 남아돌지만 1천 명 이상 기업은 구직자 1명당 일자리 하나, 5천 명 이상의 대기업은 구직자 3명에 일자리는 하나뿐인 셈이다.

종업원 5천 명 이상 대기업의 구인배율은 2016년 졸업자의 0.70을 정점으로 2년 연속 하락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3일 지적했다. 대기업의 경우 회사 측이 여전히 '갑'이며 이런 현상이 지난 2년간 심화돼 올해의 경우 대기업 취업 문은 오히려 더 좁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기업의 채용면접이 일단락된 이달 중순 오사카(大阪)역 부근에서 열린 중견·중소기업 합동 취업설명회에는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3배 이상인 300명 이상의 취업희망자가 몰렸다고 한다. 구직자가 '갑'이라는 올해 취업시장에서 아직 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채용정보 사이트 마이나비가 실시한 학생들의 취업 관련 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의 경우 취업희망자의 52.8%가 대기업 취업을 희망했다. 대졸 취업희망자의 절반 이상이 대기업 취업을 희망하기는 2010년 이후 8년 만이라고 한다. 인력난이 심각해 구직자가 '갑'이라는 말을 믿고 "나도 대기업에 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대부분의 졸업생이 대기업에 몰렸다가 낙방하자 뒤늦게 중견·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다는 이야기다.

설명회에 참석한 공립대 4학년인 한 남학생은 입사지원서를 한자리 수 회사에 냈다고 말했다. 물론 모두 대기업이다. 다른 여학생도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아사히는 몇 년 전만 해도 대졸 예정자들은 으레 30~40개 회사에 지원서를 내는 게 일반적이었다면서 대기업만을 목표로 할 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으로 시선을 돌리면 유명하지는 않지만 우수한 기업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일손부족 시달리는 日기업들…취업설명회서 "야근 안시켜요" 홍보 경쟁
일손부족 시달리는 日기업들…취업설명회서 "야근 안시켜요" 홍보 경쟁

(도쿄 교도=연합뉴스) 저출산 고령화의 심화로 일손부족 현상이 심각한 일본에서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근무조건이 좋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열린 한 취업설명회에 참석한 취업준비생들의 모습. 2017.5.14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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