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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전설' 파키아오 제압 호주 복서 뒤에 한인 헌신 있었다

송고시간2017-07-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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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피트니스 운영 김득래 씨…4년여 코치·후원자 역할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지난 2일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39)를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한 호주 복서 제프 혼(29)의 투혼과 성공담은 한 한인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제의 주인공은 호주 동부 브리즈번에서 '던디 복싱&피트니스 짐'(Dundee's Boxing&Fitness Gym)을 운영하는 김득래 씨(48·호주명 던디 김).

파키아오와의 결전을 앞두고 포즈를 취한 김득래씨(오른쪽)와 제프 혼[출처: '던디 복싱&피트니스 짐' 홈페이지]

파키아오와의 결전을 앞두고 포즈를 취한 김득래씨(오른쪽)와 제프 혼[출처: '던디 복싱&피트니스 짐' 홈페이지]

호주 시민권자인 김 씨는 5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제프와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해 운동을 해왔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물질적 후원도 해왔다며 4년여에 걸친 제프와의 동행을 소개했다.

김 씨는 "4년여 전 신문을 보다가 대학 교육학과를 마쳤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도 출전했던 제프의 기사를 읽고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만나자고 연락해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를 물었다고 밝혔다.

당시 프로 초년생인 제프는 파트타임 교사로 일하며 운동을 하고 있었던 만큼 권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연간 약 6만 호주달러(5천300만 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김 씨는 우선 주머니를 털어 3천 호주달러(270만 원)를 내놓았고 체육관 고객 중에서 후원자를 찾아 나섰다.

이를 통해 개인 고객 한 명이 4만 호주달러(3천500만 원)를 쾌척하고, 한 고객이 일하는 법률회사가 9만 호주달러(8천만 원)를 내놓는 등 지금까지 약 30만 호주달러(2억6천만 원)를 제프에게 후원했다.

또 강원도 대표로 수차례 전국체전에 참가한 복서 출신으로서 김 씨는 매주 2회 직접 펀치를 받아내는 미트 코치와 함께 체력관리를 맡는 코치 역할도 수행했다. 제프의 다른 개인 코치는 전술과 스파링 등 주 3회 훈련을 맡았다.

제프에게 한국식대로 훈련할 수는 없었고 틈나는 대로 "프로복서는 비즈니스를 하는 것으로 강해야 살아남으며, 펀치 한 방이라도 상대에게 충격이 가도록 제대로 던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정신력 강화에 신경을 썼다.

제프 혼의 코치 역할도 톡톡히 한 김득래 씨[출처: '던디 복싱&피트니스 짐' 홈페이지]

제프 혼의 코치 역할도 톡톡히 한 김득래 씨[출처: '던디 복싱&피트니스 짐' 홈페이지]

제자가 '복싱계의 전설'을 물리친 믿을 수 없는 순간을 링 옆에서 지켜본 김 씨는 "승리 순간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당시의 감격을 털어놓았다.

세계 챔피언이 된 제프로부터 "당신이 최선을 다하며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을 느꼈다"며 진심어린 인사를 들었다. 또 제프의 아버지로부터는 "당신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라는 감사의 말을 들었다.

김 씨는 "파키아오가 훈련시간이 3주에 그칠 정도로 제프를 얕보았지만, 우리는 지독하게 훈련을 해 왔다"며 초반 공략에 나선 작전도 주효했다고 승리 요인을 설명했다.

이밖에 권투를 시작한 계기가 같은 점도 둘의 결속을 강화하는 요인이 됐다. 제프가 학창시절 아이들의 괴롭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권투를 시작한 것처럼 김 씨 자신도 아이들이 때리고 못살게 굴어 13살 때 글러브를 꼈다.

1998년 호주에 들어온 김씨는 대학에서 신학 공부에 이어 MBA 과정을 마쳤고, 10년 전부터 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로 일하다 6년 전에 독립, 체육관을 운영해 오고 있다.

"호주에 와서 교민들과 어울리기보다는 백인사회에 들어가 성공하고 싶었다"는 김 씨는 이달 중에 체육관을 하나 더 열고, 내년에 하나를 더 추가할 것이라며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성공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또 현재 전체 직원 14명 중 한인 직원이 3명이라며, 워킹홀리데이 비자 소지자 출신 1명에게 취업비자(457)도 후원했다고 덧붙였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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