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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에 쏠렸던 글로벌 투자자들, 점차 ECB에 눈길"

송고시간2017-07-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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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중앙은행이 지금까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였지만 점차 유럽중앙은행(ECB)으로 바뀌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진단했다.

이는 ECB 당국자들이 수년 간 유례 없는 경기 부양책을 고수하다가 최근 들어 이를 거두어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긴축 공포에 빠진 투자자들은 ECB에서 나오는 작은 실마리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6일 ECB의 6월 통화정책 결정회의 회의록이 공개되자 채권 시장에서 투매 움직임이 번지면서 독일 10년물 국채 가격은 1년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국채 매입을 점진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신호를 주면서 매도세를 촉발했다.

여파는 대서양까지 건너갔다. 지난 2주에 걸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0.25%포인트 올라갔다.

사실 긴축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간 건 ECB보다 연준이다. 연준은 단기 기준금리를 올린 데 이어 국채 보유도 축소할 준비에 착수했다. 반면 ECB는 기준금리를 변동하는 데 부정적이며 국채 보유도 여전히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연준의 신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14일 연준의 금리 인상에 잠잠했던 시장은 3주 뒤 연준에서 수개월 내 채권 보유를 줄일 수 있다는 암시가 나와도 꿈쩍 않고 있다.

도이체방크 증권의 수석 인터내셔널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매우 드문 현상이며, 특히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선 더욱 그렇다"면서 "미국에서 연준과 금리에 대한 대화를 시작할 때 ECB의 움직임을 먼저 논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원인은 연준과 ECB를 둘러싼 환경이 서로 다르다는 데 있다. 연준 재닛 옐런 의장은 정책을 예상 가능하게 만들어 충격을 낮추고 싶어하는데, 미국 경제가 양호한 덕택에 이런 계획이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

반면 ECB는 미세한 각도로 움직이곤 한다. 정책 당국자들이 천천히, 예상 가능한 움직임을 보이려고 해도 투자자들은 조바심을 내며 앞으로 닥칠 금리 인상에 대비하기 때문이다.

ECB는 유럽 금융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이기도 하다. 하루에 국채 및 회사채 20억 유로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ECB와 같은 박자로 움직이는 국가들도 많다. 영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암시한 가운데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달 7년 만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예측도 시장에 나돌고 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경제 전문가 24명 중 16명이 오는 12일 캐나다 중앙은행 회의에서 현재 0.5%에서 0.75%로 인상을 점쳤다.

이에 따라 통화 질서가 재편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찾아 미국에서 자금을 빼낼 수도 있다. 특히 유럽 투자자들은 자금을 본국으로 되돌리려 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 3월부터 유럽 증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으며, 여기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 및 규제 정책이 나오자 미국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사라진 탓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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