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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푸틴 비밀회동에 '국익훼손·외교결례' 논란 가열(종합)

송고시간2017-07-2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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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 전문가들, 보좌진 없이 러시아 통역에 의존한 데 문제 제기

백악관 "소설 쓰고 있다", 크렘린 "비밀회동 주장은 터무니없는 일"


외교안보 전문가들, 보좌진 없이 러시아 통역에 의존한 데 문제 제기
백악관 "소설 쓰고 있다", 크렘린 "비밀회동 주장은 터무니없는 일"

악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악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비공개 회동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만찬에서 이뤄진 둘 사이의 만남은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의 내통 의혹 등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뒤늦게 폭로됐다.

무엇보다 당시 비공식 만남의 형식과 과정이 미국의 국가 이익을 해치고 외교적 의전에 어긋날 수 있다는 비판이 미 언론들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NBC방송은 19일(현지시간)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국가안보 보좌진과 동석하지 않은 채 러시아 통역사를 통해서만 푸틴 대통령과 대화했다는 점에서 국익 훼손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통역사는 물론 속기사도 없어 두 정상의 대화가 제대로 통역됐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혹시 기밀을 누설하지 않았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존 맥러플린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대행은 "기밀 절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무지가 아무 감시도 받지 않은 회동에서 그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백악관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로부터 제공받은 이슬람국가(IS·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대한 기밀정보를 유출한 전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상대방 통역사에만 의존해 1시간가량 긴 대화를 나눴다는 점에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많았다.

제임스 스타브리디스 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총사령관은 "우리는 두 정상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아무런 기록이 없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크리스 머피(민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MSNBC 방송에 출연해 "60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알겠느냐"며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같은 사람들이 없었다는 점에서 아주 나쁜 협상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염려했다.

주 러시아 미국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도 "대통령이 푸틴에게 어떤 약속을 했는지 알기 위해서 누군가 기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통령이 무엇을 말하든 그것은 정책이며 되돌리기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맥폴 전 대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몇 차례 러시아 통역사를 통해 비공식 회의를 한 적이 있다면서도 "오바마 전 대통령은 비공식 회의를 하기 전에 항상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어떤 요구를 할지 등을 사전에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한참 동안 지정석을 비운 채 푸틴 대통령만 붙잡고 대화를 했다는 점은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원래 자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의 옆이었다.

맥폴 전 대사는 "푸틴 대통령과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은 다른 정상들에게는 시간을 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포용'은 적국을 대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외교안보 보좌진과의 균열을 키우고 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주 러시아 영국대사를 지낸 앤드루 우드는 BBC 방송에서 이번 비공식 회동과 관련해 "그런 만찬에서 한 나라의 정상이 다른 정상에게 대화를 하러 접근하는 것이 아주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통역사에게 의존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의 비판에 백악관과 크렘린궁은 과도한 해석을 말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수석부대변인은 "다시 한 번 러시아 열병(Russia fever)이 언론을 사로잡았다. 모두가 존재하지도 않는 이야기로 소설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비밀 회동', '기밀 회동' 등의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주 놀랍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외교 경로를 통해 조율된 공식 양자 회동이 있었고 뒤이어 회담장에서 두 정상이 여러 차례 견해를 교환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어떤 기밀, 비밀 회동도 없었다"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며 "정신분열증 증상"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 언론의 그같은 보도는 미국 정계에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러시아 열병'과 같은, 러시아에 대한 건전하지 못한 태도가 존재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푸틴 대통령과 1시간여가 아닌 불과 15분 정도 사교적 대화를 주고 받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트위터를 통해 "가짜뉴스는 점점 더 부정직해지고 있다"며 "독일에서 '톱20' 정상들을 위해 마련한 만찬조차 사악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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