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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매진] 아무도 모르는 데 가야 '진짜 휴가'

송고시간2017-08-0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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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분위기 물씬 풍기는 백패킹 여행지 두 곳

(서울=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서 조용히 쉬고 싶다거나 죽을 만큼 힘들다는 직장인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직장인들의 삶은 그야말로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잠깐 벗어나 꿀맛 나는 휴가를 보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그렇다면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는 곳에서 휴가를 즐길 방법은 없을까.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인 국내 오지 여행지 두 곳을 소개한다.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알맞은 곳으로 화장실이나 세면대 등 편의시설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두 곳 다 차량을 이용할 수도 없다.

목가적 풍경의 전형을 보여주는 평창 계촌마을 [사진/성연재 기자]

목가적 풍경의 전형을 보여주는 평창 계촌마을 [사진/성연재 기자]

◇ '한국의 알프스' 평창 계촌마을

스위스 알프스 같은 곳을 저렴하게 다녀오고 싶다면 강원도 평창의 계촌마을을 찾아가는 것이 좋다. 이곳에는 2대째 가꾼 목장이 있다.

첫 번째 장점은 대관령 양떼목장처럼 붐비지 않는다. 해발 700m 높이의 계촌마을 염소목장으로 들어서면 공기가 서늘하다. 마치 일본 홋카이도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시원한 공기를 맘껏 호흡하며 사방을 둘러보면 영락없는 알프스다.

사람들을 처음 맞이하는 것은 청명하게 울리는 작은 금색 종. 밟으면 상쾌한 기분이 들게 하는 나무 덱으로 올라가 작은 종을 쳐보자. 검은색 염소떼가 구름처럼 몰려든다.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이론처럼 염소떼가 종소리에 반응한다. 건초더미를 건네주면 오물거리며 씹는 모습이 귀엽다.

염소떼를 뒤로하고 트레킹을 시작한다. 오른쪽으로 난 살짝 가파른 길을 오르면 해발 고도가 800m 이상으로 높아진다. 서늘한 공기가 예술이다. 눈앞에는 마치 스위스 그린델발트에서나 볼만한 풍경이 펼쳐진다. 높다란 산은 나무 하나 없는 푸른 초원이다. 그 사이사이에 작은 알프스 오두막이 서 있다.

커다란 U 자 형을 그리고 있는 협곡을 돌아 가운데로 들어서면 해발 820m에 닿는다. 아래쪽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백팩에서 작은 텐트를 꺼내 친다. 간단한 먹거리를 꺼내 배를 채우고 나면 해가 저문다. 하늘에서는 금방 별이 쏟아진다.

▲ 계촌마을 염소목장 즐길 거리

농원 초입에 주인이 직접 산에서 채취한 약초로 만든 차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2층도 차를 마시려는 사람을 위한 공간이다. 소박하지만 잘 가꿔진 목조 2층 창가에서 보면 아래쪽 풍경이 정겹다. 가끔 만나는 래브라도 리트리버(애완견) 두 놈은 손님과 장난을 잘 친다. 주인은 읍내에서 작은 건강원을 운영한다. 직접 잡은 염소로 만든 건강식품을 살 수 있다.

[연합이매진] 아무도 모르는 데 가야 '진짜 휴가' - 2

▲ 계촌마을 캠핑 정보

이용료 : 2만원

주소 : 강원 평창군 방림면 삼형제길 297

☎ 010-5029-6618

◇ 보랏빛 라벤더 일렁이는 양원마을

미풍에 하늘거리는 라벤더 향을 맡으면 행복해지는 느낌이 든다. 표백제에서나 맡았던 라벤더 향은 가짜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진하고 달콤한 향기는 정신이 아찔할 정도다.

보랏빛 라벤더의 물결로 유명한 곳으로는 프랑스 남부의 프로방스, 일본 홋카이도의 도미타 팜이 있다. 하지만 멀리 외국을 가지 않더라도 한국에서 라벤더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경북 봉화의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서는 양원역이 바로 그곳이다.

양원역은 주민들의 염원으로 만들어진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사다. 동네 주민들이 피땀 흘려 만든 작은 역이다. 기차역이라고 보기엔 작아도 너무 작다. 골방만큼 작은 역사는 기차가 들어오지 않았던 오지마을 주민의 염원이 담겨있어 정겹다.

양원역 맞은편의 울진군 금강송면에 조성된 허브 밭에는 라벤더, 차이브 같은 허브 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특히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라벤더 밭을 배경으로 달려오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어 사진 마니아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양원 라벤더 마을의 라벤더는 7월 말 만개한다.

라벤더밭 앞에는 잔디밭이 있어 캠핑을 즐기기에 좋다. 양원역 앞으로 난 낙동정맥 트레일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백패킹을 하고 와서 이곳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낙동정맥 트레일 구간 중 양원역∼비동역 구간은 스위스 체르마트와 닮았다고 해서 '체르마트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곳을 온몸으로 느끼기 가장 좋은 방법은 낙동정맥 트레일을 걷고 양원 라벤더 마을의 라벤더밭에서 캠핑하는 것이다.

농가의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다. 샤워텐트가 설치돼 몸을 씻는 것도 가능하다. 농가에서는 드라이플라워 등을 판매한다.

양원마을 라벤더 밭 전경

양원마을 라벤더 밭 전경

▲ 라벤더의 효능

라벤더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 애용한 허브다. 왕실 정원에 라벤더를 키우고, 차로 마셔 편두통을 치료했다고 한다. 향의 주성분인 아세트산리날릴, 리날올은 신경을 안정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고대 로마 시대에는 라벤더 꽃을 목욕물에 넣어 심신의 피로를 다스리기도 했다.

라벤더는 특히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좋다. 라벤더의 천연향은 안정적인 수면에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로 수험생이 잠을 깊이 자는 데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벌레를 퇴치하는 효과도 잘 알려져 있다. 말린 라벤더 묶음을 부엌에 두면 파리나 모기가 꼬이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라벤더를 구경하기가 힘들다. 라벤더는 지중해성 기후에 맞는 작물로, 덥고 습한 우리나라 기후와는 맞지 않아 재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습기를 날려줄 수 있는 해풍이나 강바람이 잘 부는 지역에서만 재배된다.

[연합이매진] 아무도 모르는 데 가야 '진짜 휴가' - 4

▲ 양원 라벤더 마을 캠핑 정보

이용료 : 3만원(비수기 2만원)

주소 :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전곡2길 302-10

☎ 010-5029-6618

polpori@yna.co.kr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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