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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한 사회, 타협의 덫에 빠진 인간…영화 '엘리자의 내일'

송고시간2017-08-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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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엘리자의 내일'
영화 '엘리자의 내일'

[영화사 진진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로메오(애드리언 티티아니 분)는 루마니아의 작은 마을에서 의사로 일하며 딸과 아내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젊은 시절 민주화를 위해 정부에 맞서 싸우기도 했지만, 여전히 답답하기만 한 루마니아의 현실 속에서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회의와 패배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아내와도 멀어진 그에게 유일한 희망은 딸 엘리자다. 딸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걷지 않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딸의 생활에 사사건건 개입하면서 딸의 미래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려 한다. 그의 최대 목표는 엘리자를 영국으로 유학 보내 루마니아의 현실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졸업시험을 하루 앞둔 엘리자에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면서 그가 꿈꾸는 딸의 미래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등교하던 엘리자가 학교 앞 공사장에서 괴한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것. 로메오는 정신적 충격으로 제대로 시험을 치르지 못할 처지에 놓인 딸이 좋은 점수를 받게 하려고 부정한 수단까지 동원하게 된다.

영화 '엘리자의 내일'
영화 '엘리자의 내일'

[영화사 진진 제공]

오는 10일 개봉하는 '엘리자의 내일'은 칸국제영화제를 통해 주목받은 루마니아 출신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작품이다. 2009년 두 번째 장편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일약 거장의 반열에 오른 그는 3년 뒤 '신의 소녀들'로 칸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았고, 지난해 이 작품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루마니아에 사는 한 중년 남성이 딸의 미래를 위해 원칙을 지키는 대신 부패한 현실과 타협하는 길을 택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딸을 영국으로 유학 보내려는 자신의 계획이 흔들리게 되자 갖은 인맥을 동원해 딸의 졸업시험 점수 조작에 나선다.

딸은 '원칙'과 '과정'이 중요하다고 그에게 항변하지만, 진실과 원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서 50년을 살아온 그는 '때론 인생에서 결과가 더 중요한 순간이 있다'며 자신의 선택을 정당화한다.

하지만 그의 어긋한 선택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길로 그를 끌고 간다. 부정한 청탁은 그가 동원한 인맥 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청탁은 또 다른 청탁을 낳고, 부정을 은폐하려는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으면서 그는 자신이 만든 부패의 거미줄에 스스로 갇히는 운명이 된다.

주인공이 거대한 부패의 고리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부정부패로 점철된 루마니아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회 곳곳에 만연한 비리와 무한 경쟁, 자식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교육열 등 영화를 통해 드러나는 루마니아의 사회상은 우리나라의 현실과도 닮은 부분이 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엘리자의 내일'
영화 '엘리자의 내일'

[영화사 진진 제공]

hisun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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