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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김대중, 전두환, 이명박 초상화 공통점은?

송고시간2017-08-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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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걸린 역대 대통령 초상화를 살펴봅니다

역대 대통령 초상화
역대 대통령 초상화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불이야!"

1954년 12월 26일 새벽, 부산 용두산 판자촌 일대에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불은 겨울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일대 동네를 집어삼켰습니다.

인명 피해와 더불어 이 화재로 수천 점의 소중한 문화재가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정부가 한국전쟁 초기 비밀리에 이 지역 한 창고에 옮겨 보관 중이던 궁중유물들이 속절없이 불타 버렸던 것입니다.

당시 신문보도에 따르면 '궁중 일기', '임금 어진', '은제기' 등 3천4백여 점의 국보급 문화재가 소실됐다고 합니다.

당시 신문보도
당시 신문보도

조선의 대부분 왕은 초상화인 '어진(御眞)'을 그린 뒤 궁중에 남겼습니다.

하지만 당시 화재로 다수의 어진이 불에 타 현재 전주 경기전(慶基殿)의 태조 어진과 서울 창덕궁의 영조 어진 등 단 7점만 남아 있습니다.

세종실 입구에서 인사하는 문 대통령
세종실 입구에서 인사하는 문 대통령

우리 시대의 어진은 대통령의 초상화입니다. 청와대는 국무회의가 열리는 세종실 입구에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를 한눈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초상화 보는 김영삼
초상화 보는 김영삼

초유의 '탄핵대통령'이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상화는 청와대에 걸리는지 마는지, 걸리면 언제부터인지 등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난 6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세종실에서 주재한 '일자리위원회의'에서 취재진은 박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초상화 앞 지나가는 노무현
초상화 앞 지나가는 노무현

지금부터 청와대에 전시된 대통령 초상화의 뒷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현재는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11점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습니다. 이들 초상화를 처음 걸게 된 것은 1973년 1월 1일입니다.

이후 청와대는 각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직전 초상화를 완성해 걸고 있습니다.

몇몇 대통령은 초상화 게시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아래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부착 행사 직후 자신의 초상화를 살펴보는 모습입니다.

박정희 영정
박정희 영정

다음 사진은 퇴임 6일을 앞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참여정부 마지막 국무회의를 위해 세종실에 입장하며 막 전시된 자신의 초상화 앞을 지나가는 모습입니다.

유엔 로비의 반기문 초상화
유엔 로비의 반기문 초상화

이들 초상화는 누가 그렸을까요?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세 전 대통령 초상화는 우리 화단 초창기 서양화가인 김인승 화백이 모두 그렸습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비슷한 시기에 활약한 박득순 화백, 노태우 전 대통령은 김형근 화백의 작품입니다.

눈에 띄는 작가는 김대중, 전두환, 이명박 등 세 명의 전 대통령을 그린 정형모 화백입니다.

정 화백은 '인물화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육영수 여사 사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요청으로 육 여사의 인물화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 인연으로 박 전 대통령 국장 때는 당시 문공부의 의뢰를 받아 150호 크기의 영정을 그렸습니다.

역대 영부인들
역대 영부인들

초상화 제작 당시 가장 뉴스가 된 작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린 이종구 화백입니다. 이 화백은 민중 작가 범주에 속하는 서양화가로서 '농민 화가'로 잘 알려졌습니다.

이 화백이 청와대 초청을 받아 작품을 의뢰받는 자리에서 노 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농촌 출신으로 농민의 얼굴을 많이 그린 분이라 제 초상화를 부탁하고 싶었습니다. 제 초상에도 농촌에서 산 사람의 표정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후 유명인들로부터 초상화 제작 의뢰가 많이 들어왔지만, 이 화백은 모두 사양했다고 합니다.

한편 김영삼 전 대통령을 그린 작가는 이원희 화백입니다.

태조 어진
태조 어진

초상화만 5백여 점 이상 그린 작가로서 김 전 대통령 작업 후 '대통령 작가'로 명성을 얻으면서 윤관, 이용훈, 이만섭, 김수한, 박관용, 임채정 등 인사들의 초상화를 제작했습니다.

'날개를 단 화백'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초상을 그려 뉴욕 본부 로비에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육 여사 사진 앞 지나가는 박근혜
육 여사 사진 앞 지나가는 박근혜

그럼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대통령의 의뢰가 아닌 청와대의 의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그린 화가는 누구일까요?

바로 위에서 언급한 이원희 화백입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월 초,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은 이 화백은 청와대 측에서 내민 사진 1장만 건네받아 초상을 그렸다고 합니다.

이 화백의 말입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그리기 위해 두 번이나 만났던 것처럼, 초상화는 그 사람의 내면이나 특징 등 인간적인 측면을 화가의 눈으로 보고 잡아내는 일이 중요한데 사진만 보고 그리게 돼 아쉽습니다."

한편 청와대에는 역대 대통령 부인의 모습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습니다. 초상화는 아니고 사진입니다.

영부인들의 접견 및 업무공간인 본관 무궁화실 입구에는 10명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이종구, 정형모, 이원희 화백 (왼쪽부터)
이종구, 정형모, 이원희 화백 (왼쪽부터)

오른쪽부터 프란체스카(이승만), 공덕귀(윤보선), 육영수(박정희), 홍기(최규하), 이순자(전두환), 김옥숙(노태우), 손명순(김영삼), 이희호(김대중), 권양숙(노무현), 김윤옥(이명박) 여사입니다.

초상화 아래서 기념촬영
초상화 아래서 기념촬영

"좋은 그림은 그 대상과 똑 닮게만 그리는 데 있지 않다. 정신이 깃들어 있지 않고는 훌륭한 그림이라고 할 수 없다"

조선 후기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말입니다.

초상화는 사람을 그리는 작업이고 역사를 그리는 일입니다. 조선 시대 어진처럼 대통령의 초상화에서도 자랑스럽든 부끄럽든 우리 역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동시에 보는듯한 사진을 한 장 감상하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인 2008년 2월 24일, 참여정부 인사들이 노 전 대통령 초상화 아래서 기념촬영 하는 모습입니다.

세종실 입구의 초상화들
세종실 입구의 초상화들

오른쪽 두 번째가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입니다. 제19대 대통령이 된 문 대통령도 임기를 마치기 직전 자신의 초상화를 이 자리에 걸게 될 겁니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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