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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톡톡] '백악관의 전설'이 단원고에?

송고시간2017-08-1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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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의 여러 '전설'들과 청와대

9ㆍ11테러 보도한 신문
9ㆍ11테러 보도한 신문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미국 본토가 외부세력으로부터 공격당한 일은 딱 두 번 있습니다. 2001년 9ㆍ11테러는 매우 선명한 기억일 겁니다.

첫 번째는 기억하기 쉽지 않은 1814년 영국과의 전쟁 때였습니다.

본토가 아닌 미국 영토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1941년 일본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도 있습니다.

성조기와 미국 국가
성조기와 미국 국가

1814년 9월, 미국의 법률가이며 시인이었던 프랜시스 스콧 키는 포로교환 협상을 위해 영국 군함을 방문 중이었습니다.

영국이 밤새 볼티모어 매킨리 요새에 퍼붓는 포격을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

여명이 비칠 무렵, 망원경으로 요새를 살피던 그는, 엄청난 포격을 견뎌내고 꿋꿋이 휘날리는 성조기를 보고 감격에 겨워 즉석에서 시를 썼습니다.

바로 미국 국가 가사가 된 '별이 빛나는 깃발(The Star-Spangled Banner)'입니다.

처음 심었을 때와 2017년 피운 '잭슨 목련'
처음 심었을 때와 2017년 피운 '잭슨 목련'

같은 전쟁에서 백악관도 포격을 받아 불에 탔습니다. 건물을 복구하면서 외벽을 하얗게 칠했습니다. 이때부터 이름이 '백악관(The White House)'이 됐습니다.

유럽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역사지만 미국은 특유의 '이미지 만들기'로 백악관에 여러 전설을 심었습니다.

처음 거론할만한 전설은 목련입니다.

제7대 대통령인 앤드루 잭슨은 심장마비로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을 기리며 집에서 가져온 목련을 백악관 마당에 심었습니다.

'잭슨 목련'이라고 부르는 이 목련은 지금도 매년 백악관에서 꽃을 피운다고 하네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4월 방한 때 세월호 참사 애도의 징표로 이 목련의 묘목을 단원고에 전달했습니다.

잘 자란 목련은 매년 단원고 한쪽에서 꽃을 피웁니다. 목련의 꽃말은 '고귀함'입니다.

최영 격려하는 강영우 박사
최영 격려하는 강영우 박사

백악관 전설에는 한국인도 있습니다. 백악관에서 차관보까지 지낸 강영우 박사입니다.

경기도 양평 출신인 강 박사는 13~4세 때 차례로 부모를 여의고 외톨이가 됐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축구공에 눈을 맞아 시력마저 잃었습니다.

역경 속에서 학업에 매진한 강 박사는 1972년 국비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피츠버그 대학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일리노이 주 특수교육국장을 역임하던 중, 2001년 조지 부시 행정부 부름을 받아 백악관 장애인 위원회 정책차관보에 발탁됐습니다.

미국 한인 이민 역사상 최고위 공직자입니다.

강영우 박사와 두 아들
강영우 박사와 두 아들

아래 사진은 2010년 방한 때 최초의 시각장애인 사법연수원생인 최영 씨를 만나 격려하는 모습입니다. 최 씨는 2012년 2월 판사에 임용됐습니다.

청와대 본관과 대정원
청와대 본관과 대정원

강 박사는 장애인 인권을 제도적으로 증진하는 노력에 경주했으며 '루스벨트 장애인상'을 창설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2월 별세했습니다.

백악관에서 가장 유명한 전설은 헬렌 토머스입니다.

1943년 수습기자로 입사한 토머스는 1961년부터 백악관에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백악관 출입 첫 여기자였습니다.

토머스는 존 F. 케네디부터 버락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60년간 10명의 대통령을 취재했습니다. 백악관 브리핑 룸 기자석 맨 앞줄 한복판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지정석을 갖기도 했습니다.

레이건과 토머스
레이건과 토머스

브리핑 룸에서 열리는 대통령 기자회견은 "안녕하세요, 대통령님"과 "감사합니다. 대통령님"이라는 그의 시작과 끝 인사말로 정리되는 게 관례였을 정도입니다.

2010년 6월에 유대인과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설화(舌禍)로 백악관을 떠나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으나, '두려움 없는 진실', '치열한 정확성'에 투철한 기자였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2013년 7월, 92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질의하는 토머스
질의하는 토머스

백악관 평범한 여직원도 전설 중 하나입니다.

백악관 취재를 위해 입장을 기다리는 기자들 앞에 지팡이를 짚은 한 할머니가 다리를 쩔뚝이며 다가옵니다.

조그만 키와 동그란 몸체의 할머니 이름은 메리입니다.

기자들을 백악관 안으로 안내하고, 취재 시 주의사항을 전달하며, 보안검색을 도와주는 백악관 홍보실 직원입니다. 기자들이 늘 친숙하게 '메리'라고만 불러 성은 모릅니다.

메리는 약 40년간 백악관을 지키며 전 세계의 기자들을 도왔습니다. 2010년부터 그 모습을 보기 어려웠습니다.

메리는 적어도 전 세계 기자들에겐 백악관의 전설입니다.

1956년 1월의 경무대 설경
1956년 1월의 경무대 설경

청와대(靑瓦臺)는 7만4천 평이 넘는 규모입니다.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과 영빈관, 관저 또 비서실 직원 업무 공간인 여민관(위민관)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1948년 8월 정부수립 후, 이승만 대통령이 대통령 관저 이름을 '경무대(景武臺)'로 명명했는데, 1960년 윤보선 대통령의 제2공화국이 출범하면서 청와대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경무대는 현재 청와대 경내에 터와 표지석만 남아 있습니다. 현재의 본관은 기존의 본관을 허물고 1991년 9월 완공했습니다.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
정부서울청사와 청와대

역사가 짧은 탓도 있겠으나 청와대에는 전설이라 부를만한 게 아직 없습니다.

물론 이미지와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하는 서구의 문화와 다른 점도 있겠지만, 청와대나 우리 사회의 권위주의 탓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청와대는 위치나 구조에서 소통에 문제가 많은 건물이어서 구조를 대폭 변경하거나 아예 새로 건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실제 2019년께 정부서울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하기로 했습니다.

백악관의 여러 모습
백악관의 여러 모습

사람이든 건물이든 의례든, 청와대가 어디에 있건, 다수의 국민이 자연스럽게 공감할 전설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전설이란 곧 이야기이고 역사고 공감입니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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