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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수교 25년] '기회의 시장'·'텃세 대국'…두 얼굴의 중국

송고시간2017-08-1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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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성호 신호경 기자 = 1992년 한·중 수교로 '비단길'이 다시 열리자, 당시 한국 기업들은 기회의 땅, 중국으로 앞다퉈 달려갔다.

이후 중국은 엄청난 인구와 고도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최대 시장'으로 발돋움했고, 한국 산업의 '글로벌 도약' 과정에서도 디딤돌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한국 기업에 중국 시장이 꼭 기회의 땅만은 아니었다.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사태에서 보듯, 중국의 강한 국수주의·자국산업 보호주의 경향과 유·무형의 비관세 장벽 등에 '속앓이'만 하다가 결국 포기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 삼성전자·현대차, 매출·판매의 20%는 중국에서

현재 중국 시장이 한국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16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 분석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중국 매출을 별도 공시한 70개 기업의 중국 매출 비중(전체 매출 중)은 평균 18.1%(2016년 1~3분기 누적 기준)에 이른다.

특히 LG디스플레이(68.6%), KH바텍(48.3%), 삼성디스플레이(37.8%), 성우하이텍(35.9%), SK하이닉스(34.7%), 한화케미칼(33.8%), LG화학(32.9%), 삼성SDI(31.9%) 등은 중국 의존도가 30%를 웃돌았다.

국내 1위 삼성전자도 전체 매출의 거의 5분의 1, 17.4%를 중국 시장에서 올렸다.

20여 년간 주요 기업들의 중국 현지 매출과 투자도 비약적으로 늘었다.

1992년 톈진(天津) 등에 생산법인을 설립, 중국에 진출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중국 시장 매출 규모가 35조5천800억 원까지 불었다.

2013년 40조2천억 원으로 정점에 이른 뒤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미국, 아시아·아프리카(중국 제외), 유럽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2012년 9월 삼성전자는 시안(西安)에 반도체(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기 시작해 2014년 5월 양산에 들어갔다.

이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으로만 23억 달러가 투입됐고, 앞으로 단계적으로 모두 70억 달러가 더 투자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중국 300대(국유·민영·외자 기업 각 100개) 기업의 '사회책임' 순위에서 4위에 오를 만큼 중국 내 사회공헌과 현지화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계 2위 현대·기아차도 중국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기아차는 국내 자동차업계 중 가장 먼저 중국 시장을 두드렸다.

지난 1996년 중국 위에다 그룹(悅達集團)과의 '프라이드' 기술 합작을 거쳐 2002년 3월에는 중국 3대 자동차 회사 '둥펑 기차집단(東風汽車集團)'과 합자회사 '둥펑위에다기아'를 세웠다. 둥펑위에다기아는 같은 해 12월 첫 작품으로 중국형 승용차 '천리마'를 내놨다.

이후 공격적 투자가 이어진 결과, 현재 현대·기아차는 베이징(北京)에 3개, 창저우(常州)와 충칭(重慶)에 각 1개(이상 베이징현대 소속), 옌청(鹽城)에 3개(둥펑위에다기아 소속) 등 모두 8개의 현지 공장을 운영하며 ix25, 투싼, 쏘나타, K2~K5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현지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만 254만대에 이른다.

중국은 현대·기아차의 최대 시장으로, 두 회사는 지난해 중국에서만 세계 전체 판매량(내수 포함)의 각 23.5%(114만2천16대), 21.5%(65만6대)를 팔았다.

2014년 삼성전자 전시관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
2014년 삼성전자 전시관을 방문한 시진핑 주석

(서울=연합뉴스) 방한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4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 개설된 삼성전자 전시관을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2014.7.4[사진=삼성전자 제공]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오른쪽)과 장더장 중국전인대 상무위원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오른쪽)과 장더장 중국전인대 상무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12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를 방문한 장더장(張德江)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5.6.12 [사진=현대기아차 제공]

◇ 롯데쇼핑·이마트 등 유통, 중국서 '참패'…철수 잇따라

하지만 국내 모든 기업이 중국에서 달콤한 성공만 맛본 것은 아니다.

텃세와 까다로운 규제, 사회적 네트워크·인맥을 중시하는 이른바 '관시(關係)' 문화 등에 어려움을 겪고 '탈진'한 업체들도 많다.

대표적 업종이 바로 '유통'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롯데마트가 2008년부터, 롯데백화점이 2011년부터 중국에 진출해 거의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현지 사업에서 흑자는 커녕 국내 사업까지 위협할 만큼 큰 적자를 보고 있다.

롯데가 현재 중국에서 운영하는 120개 유통 계열사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의 연 매출은 2조5천억 원에 이른다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해마다 1천억 원 안팎의 적자와 함께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롯데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사업에서 롯데백화점은 830억 원, 롯데마트가 1천240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각각 냈는데, 이 가운데 80~90%가 중국 사업에서 발생했다.

앞서 2015년에도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의 해외 영업손실은 각각 1천50억 원, 1천480억 원까지 불어났다.

더구나 롯데마트는 중국 사업 과정에서 타임즈, 럭키파이 등 현지 유통업체를 인수했으나 당시 지불한 '영업권' 가치가 중국 경기 하강 등과 더불어 급감하면서 장부상으로도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각각 1천600억 원, 3천400억 원의 대규모 손실을 봤다. 무려 6천억 원에 이르는 '영업권 손상 차손'이다.

여기에 올해 2월 말 이후 '사드 보복'까지 겹쳐 수 천억 원의 매출·영업 손실이 더해지자, 업계에서는 '롯데 유통 부문 중국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롯데뿐 아니라 신세계 계열 이마트의 상황도 비슷하다.

1997년부터 중국 시장을 두드렸지만, 20년 가까이 '쓴맛'만 보고 최근 점포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5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직접 "이마트는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며 손을 든 상태다.

한국 홈쇼핑업체의 상당수도 중국 진출에 대거 나섰다가 재미를 거의 보지 못하고 최근에는 베트남 등 동남아로 방향을 틀었다.

단지 유통 등 특정업종 뿐 아니라, 최근 '사드 보복' 사태는 현지화에 나름 성공한 업종과 기업들에조차 중국이 얼마나 '불안정'한 시장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중국 현지 판매 부진이 전적으로 '사드 보복' 탓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예를 들어 현대·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46.7%나 급감하며 '반토막'이 났다.

중국에 진출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은 수요 측면에서 매력적이지만, 까다로운 규제나 텃세 등 비관세 장벽이 높아 접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시장"이라며 "최근에는 IT(정보통신), 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요 수출 업종에서 중국 현지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더 공략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톈진 롯데백화점 앞 순찰하는 중국 공안
톈진 롯데백화점 앞 순찰하는 중국 공안

(톈진=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19일 사드 갈등으로 중국 내 반한 감정이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공안이 톈진 시내 롯데백화점 앞에 차량을 배치해 순찰하고 있다. 2017.3.19 smj@yna.co.kr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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