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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 대신할 북핵해결 지렛대로 러시아 주목"

송고시간2017-08-1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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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관계 냉각 계기로 북러 밀착행보…영향력 확인작업

러 정부 '북핵은 자위권' 간주…러 당국자 '핵보유국 묵인' 운운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최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란으로 향하면서 가까운 베이징을 두고 모스크바를 경유했다.

김 위원장의 경유지 선정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중국과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북한이 오랜 동맹국이던 러시아에 의존하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북핵문제 둘러싸고 복잡해진 주변국 관계[PG]
북핵문제 둘러싸고 복잡해진 주변국 관계[PG]

[제작 최자윤 이태호]

1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처럼 북한 정권의 미세한 태도 변화에 최근 미국 외교당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지렛대로 러시아를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FT에 따르면 북한 당국자들은 최근 1년 새 러시아를 수차례 방문했고 일부 서방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 외교 당국자 간 접촉 빈도가 중국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에서 북한통으로 꼽히는 발레리 수키닌 전 평양 주재 러시아 대사는 "북한 주민은 중국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고 북중간 정치적 접촉창구도 얼어붙었거나 현저하게 좁아졌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이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북한 전체 교역량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 행사에 주저하는 데 수차례 불만을 표시해왔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긴 했지만, 트럼프 정부의 신뢰를 완전히 회복하지는 못한 분위기다.

최근 '러시아 스캔들'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상황임에도 미국 정부가 북핵해결을 위한 카드로 러시아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미국의 한 외교 당국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접촉 능력과 영향력을 가늠하고 있다는 게 보인다"며 "지난 3·4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확인했듯 이제 러시아에 대한 확인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몇 개월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 속에서도 러시아는 가급적 중립적으로 비치려 노력해왔다.

북한 최선희, 푸틴 자문위원 만나…북미협상 중재 부탁?
북한 최선희, 푸틴 자문위원 만나…북미협상 중재 부탁?

북한의 '미국통'인 최선희 외무성 미주국장이 올해 3월 15일 평양을 방문한 안톤 클로코프 러시아 에너지안보연구소 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만나 한반도 안보 문제 등에 의견을 교환.클로코프 소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러시아 안전보장회의(SCRF) 산하 자문위원회 위원이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모스크바는 중국과 함께 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미 외교 당국자는 "미국은 평양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을지 아니면 무시할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는 데 러시아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보일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FT는 러시아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핵심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기대에도 정작 러시아 정부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양국은 1961년 `조-소 우호협조 및 호상 원조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는데 1995년 러시아가 이 조약의 사문화를 선언했다.

폐기된 조약을 대체하는 2000년 북·러 공동선언에는 북한이 군사 공격을 당할 경우 러시아가 지원한다는 내용의 조항은 제외됐다.

이를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에 거는 기대가 많이 낮아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여기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에 공개적으로 감사를 표시한 것도 북러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수키닌 전 대사는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북한 정부는 우리(러시아 정부)와도 거리를 두게 될 수 있다. 그들(북한 정부)은 고립됐다고 느끼며 이에 대한 반응으로 핵 프로그램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북핵에 대한 러시아와 미국 정부의 시각이 현저하게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카네기 모스크바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프 연구원은 "러시아 정부의 시각에서는 이(북핵) 위기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은 미국"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핵무기 개발에 대한 북한의 집착을 강대국의 위협에 맞선 고립된 약소국의 당연한 자위적 조치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을 공식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외교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북핵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은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북한을 실질적인 핵보유국으로 묵인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략군사령부 방문한 북한 김정은
전략군사령부 방문한 북한 김정은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2017.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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