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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환수한 덕종 어보, 조선 유물 아닌 1924년 재제작품

송고시간2017-08-1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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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오류 인정…"서체 이상하다" 지적도

2015년 한국에 돌아온 덕종어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년 한국에 돌아온 덕종어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지난 2015년 미국 시애틀미술관으로부터 돌려받은 덕종 어보가 조선왕실의 유물이 아닌, 1924년에 다시 만들어진 모조품으로 드러났다.

환수 당시 조선 제9대 임금 성종이 죽은 아버지 덕종(1438∼1457)을 기려 1471년 제작한 것이라고 발표했던 문화재청은 문화재 행정·연구 기관으로서의 권위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1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남아 있는 덕종 어보는 일제강점기에 분실됐다가 다시 만들어진 것"이라며 "조선미술품제작소에서 분실 직후 다시 제작해 종묘에 안치했다는 기사를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보를 받아올 당시에는 재제작품인지 몰랐다"며 "다른 어보와 비교하고 분석한 결과, 15세기 유물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덕종 어보는 성종이 아버지에게 온문의경왕(溫文懿敬王)이라는 존호를 올릴 때 바친 유물이다. 그러나 1924년 종묘에 사상 초유의 절도 사건이 발생하면서 예종 어보와 함께 모두 5점이 사라졌다.

덕종 어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덕종 어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덕종 어보가 진품이 아니라는 주장은 지난해에도 제기됐다. 당시 이정호 한국전각협회 이사는 어보에 있는 글씨가 다른 어보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어보에 새겨진 공경할 경(敬) 자에서 입 구(口) 자 부분을 날 일(日)로 처리한 것은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각에서 사용하는 서체에 장식이 많기는 하지만, 입 구 자를 절구 구(臼) 자가 아닌 날 일 자로 쓰는 경우는 없다"며 "어보에 있는 따뜻할 온(溫) 자와 보배 보(寶) 자도 서체가 이상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의 주장에 대해 문화재청은 덕종 어보가 진품이라고 밝혔으나, 1년 만에 입장을 뒤집어 오류를 인정했다.

학계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환수 과정에서 제대로 된 고증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모조품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바로 알리지 않는 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덕종 어보는 19일부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다시 찾은 조선왕실의 어보'에서 공개된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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