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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다 아는데 지자체는 5시간 깜깜이…매번 드러나는 '구멍'

송고시간2017-08-1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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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따로, 지자체 따로…조사 결과 공유 부재로 후속 조치 '혼선'

메르스, 가습기 사태때도 똑같아…"정부-지자체 공조·역할 분담 정립 필요"

(전국종합=연합뉴스) '살충제 계란' 사태가 발생한 지 사흘째 되던 16일 오전.

농림축산식품부는 산란계 농가 1차 조사 결과 보도자료에서 경기도 광주에 있는 농가의 생산 계란에서 '비펜트린'이 추가로 검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검출이 확인된 농가는 광주가 아닌 경기도 양주로, 농식품부는 자체 취재를 통해 확인한 취재진의 지적을 받은 뒤에야 1시간 만에 오타 정정 자료를 냈다.

이날 혼선은 농식품부가 결과를 발표하기 전 해당 지자체에 사전 통보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도 광주시 축산부서 관계자는 "농식품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결과 발표 전 알려주지 않아 우리도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그 사이 시청에 문의전화는 빗발치는데, 아는 건 없고 대처가 되겠습니까"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살충제 계란 사태와 관련, 중앙정부 따로 지방자치단체 따로, 정부-지자체간 엇박자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농식품부와 식약처간 혼선 대응으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효과적인 예방, 관리, 현장 후속 조처를 위해서는 정부-지자체 간 공조, 역할분담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 발표 전까지 정보 부재…'깜깜이' 지자체 후속조처 '진땀'

농식품부는 2차 조사 결과를 발표한 17일에도 검출 농가 수를 잘못 발표하고 농가 명단을 엉터리로 공표하는 등 허둥지둥했다.

애초 이날 오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가 29개라고 했다가 1시간여 만에 31개로 바로잡았다.

또 친환경 농가 중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중복으로 검출된 곳이 있다는 사실도 취재진 질문이 나온 뒤에야 밝혔다.

농식품부는 살충제 검출 농가가 있는 지역을 밝히고 농가 명은 공개하지 않다가 뒤늦게 식약처가 해당 농가 이름과 계란 껍데기에 적힌 문구를 밝히는 등 허둥지둥 대응,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물론 일선 지자체 담당 공무원들을 더 혼란스럽게 했다.

이천시 방역부서 공무원들은 17일 오전 정부가 발표한 2차 조사 결과를 담은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지역 농장 2곳에서 살충제 성분 계란이 검출된 사실을 알았다.

이천시가 이 결과가 담긴 전자공문('긴급조치사항 알림'-경기도동물방역위생과)을 받은 시각은 오후 4시께였다.

시 관계자는 "5시간 가까이 '깜깜이'였다. 해당 농장에서 어떤 살충제 성분이 얼마나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문제의 계란 출하를 막고 폐기하는 등 현장 후속 조처는 지자체 몫인데, 이래서야 일반 시민하고 다를 게 없지 않으냐"고 정부와 사전공조 필요성을 지적했다.

살충제 계란 파문이 확산하면서 친환경 인증 농장 검사는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일반 농장 검사는 시·도 동물위생시험소나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맡았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검사 결과는 농식품부에서 일괄 관리했는데, 광역단체에서는 그 내용을 조기에 파악하지 못해 대응에 애를 먹었다.

전남도에서는 부적합 농가 명단 등 농식품부 발표 자료를 구하지 못해 도내 농가 살충제 성분 검출 소식을 기자를 통해 듣기도 했다.

광주에서는 엉뚱한 농가에서 피프로닐과 비펜트린이 동시 검출됐다는 농식품부의 잘못된 발표에 혼란이 일었다.

광주시 담당 공무원들은 해당 내용이 잘못됐다는 농식품부의 정정 발표가 있을 때까지 구청, 농가 등을 통해 진위를 파악하느라 진땀을 뺐다.

정부가 살충제 계란을 확인하고도 8시간 넘게 일선 현장에 통보하지 않고 대책을 마련하는 동안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 농장에서는 계란 2만여 개가 출하됐고, 껍데기에 '08마리'가 표시된 계란이 버젓이 식탁에 올랐다.

충북도 관계자는 "조사를 의뢰해도 농관원에서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농림축산식품부나 농림축산검염본부와 통화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우리집 계란 안전합니다'
'우리집 계란 안전합니다'

(청주=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17일 오후 청주시 서원구의 한 계란 판매점에서 업주가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취재진에게 들어 보이고 있다. 2017.8.17
logos@yna.co.kr

◇ "식품안전 등 사항, 정부-지자체 공조시스템 갖춰야"

학계 전문가와 지자체들은 국민 안전과 관련한 사항은 초기 단계부터 중앙과 지방간에 정보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신 건국대 교수(소비자학 전공)는 "가습기 사태 때도, 메르스 사태 때도 그랬고 부처 간에 책임 전가 등으로 초기부터 정부 부처 간에도 혼선을 빚다 보니 국민이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는 것"이라며 "국민 안전과 직결된 조사 결과는 발표가 조금 늦더라도 지자체에 알려 정확하게 확인한 뒤 발표해야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충고했다.

경기도 성남시 관계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메르스 발생 병원을 거쳐왔다는 사실을 환자 당사자나 중앙정부 등 어디에서도 듣지 못해 지자체도 지역 병원도 한동안 속수무책이었다"며 "이참에 정부-지자체간 사전 공조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광주시 관계자는 "국민 안전을 위해 신속하게 발표한다는 건 알겠는데, 지자체 입장에선 난감하다"며 "이번처럼 계란 유통을 전면 금지한 후 적합 판정이 나온 농장에 한해 계란 유통을 재개하는 식이었다면 정부가 지자체와 사전 공조하면 역할도 분담할 수 있고 업무 처리도 효과적이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창해 손상원 김도윤 이우성 기자)

gaonn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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