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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벌이 고작 70만원" 구멍 뚫린 하늘 야속한 일용노동자(종합)

송고시간2017-08-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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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54일 중 33일 비 내려…잇단 공사중단에 일자리 '뚝'

건설경기 악화에 악천후까지 '이중고'…"곧 추석인데 생계 막막"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하늘에 구멍이라도 났나, 연일 쏟아지는 비 때문에 한 달에 20일은 실업자 신세였습니다. 조금 있으면 추석인데 명절 지내는 건 고사하고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우니…"

"한달벌이 고작 70만원" 구멍 뚫린 하늘 야속한 일용노동자(종합) - 1

24일 금방이라도 굵은 빗방울을 토해낼 듯 잔뜩 찌푸린 하늘을 바라보던 이모(64)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잇지 못했다.

20년 가까이 청주에서 건설 일용노동자로 일한 그는 올여름 같은 흉한 날씨는 처음이라고 했다.

이달 들어 전날까지 이씨가 일한 날은 열흘에 불과했다. 20일은 아무 일도 하지 못한 채 벌어놓은 돈을 까먹었다.

연일 내리는 비로 공사 현장이 올스톱된 탓에 백방으로 뛰어봐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그나마 날이 맑아 일을 나갔다가 도중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돌아온 날도 적지 않다. 그런 날은 일당이 '0.3일' 또는 '0.5일'로 계산된다.

이씨는 지난달에도 비 때문에 열흘밖에 일하지 못했다.

일당 6만∼10만원을 받는 그의 두 달간 수입은 150만원. 한 달 벌이가 고작 70만원 정도에 그친 것이다.

이씨는 "보통 장마철 공을 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올해는 장마가 끝난 뒤에도 연일 비가 쏟아지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고 속만 태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씨와 같은 건설 일용노동자들은 공사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겨울에 실업자가 되는 심각한 고용불안에 시달린다.

"한달벌이 고작 70만원" 구멍 뚫린 하늘 야속한 일용노동자(종합) - 3

일용노동자들 사이에서 '일할 수 있을 때 많이 벌어놔야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말이 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감이 많은 여름철 비는 이들 건설 일용노동자들에게는 최악의 불청객이다.

건설현장 특성상 전체 작업의 90% 이상이 옥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청주에는 지난 7월부터 이달 23일까지 총 54일 중 33일 동안 비가 왔다.

이틀에 하루꼴 이상 꼬박꼬박 비가 내린 셈이다. 최고 열흘 가까이 비가 이어진 날도 있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해 얼마나 비가 잦았는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비가 내린 날은 17일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6일은 일일 강수량이 1㎜이하였다.

즉 비 때문에 지난해보다 20일 이상 일할 기회를 날렸다는 얘기다.

잦은 비로 전전긍긍하는 일용노동자를 바라보는 일자리지원기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산하 건설근로자취업지원 충북청주센터는 사전 등록된 일용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루 평균 50명 정도의 일감을 찾아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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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비 때문에 일감이 줄어 구직인원이 10명 안팎으로 급감했다.

그마저도 실내 설비작업을 할 수 있는 일부에게만 주어지는 기회다.

이 센터 관계자는 "이달 들어 10일 정도 일했으면 그나마 많이 한 사람 축에 들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하루 일을 공칠 때마다 한해 벌이가 줄어드는 셈이니 이들이 체감하는 금전적 손실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청주지역의 경우는 아파트시장 침체로 개설된 건설현장이 많지 않아 일자리가 상당히 부족했는데, 날씨까지 도와주지 않으니 일용노동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센터를 찾은 일용노동자 김모(52)씨는 "지방 소도시로 갈수록 일감이 더 없다. 그냥 먹고 살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하늘만 바라보며 때를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 서글프고, 가족들 보기에도 면목이 없다"며 발길을 돌렸다.

한편 기상청은 이달 남은 기간 청주지역에 3∼4일 정도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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