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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처 받고 액정수리비 챙기고'…여성타깃 손목치기범 구속

송고시간2017-08-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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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치기' 40대 구속
'손목치기' 40대 구속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의 골목길에서 서행하는 차의 사이드미러에 고의로 팔을 부딪치는 '손목치기' 수법으로 합의금 2천400만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박모(40)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2017.8.31 (서울 강남경찰서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A(29·여) 씨는 지난해 11월 우연한 계기로 연애를 시작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골목길을 운전해가던 중 박 모(40) 씨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는데 그 이후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박 씨와 사귀게 된 것이다.

6개월간 만남을 이어오던 A 씨는 문득 박 씨의 행동에 의심을 품게 됐다. 박 씨의 스마트폰 액정이 하루가 멀다고 박살 났기 때문이다. 액정이 깨진 방향도, 상처가 난 위치도 매번 달랐다.

알고 보니 박 씨는 좁은 골목길에서 서행하는 차의 사이드미러에 고의로 팔을 부딪치는 수법으로 합의금 수천만 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수사를 받는 상태였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는 2015년 1월부터 2년 동안 '손목치기' 수법을 사용해 피해자 200명으로부터 스마트폰 액정수리비 명목으로 2천400만 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의 범행은 김 씨 자매의 신고로 들통났다. 동생 김 모(45·여) 씨가 지난해 9월 골목길에서 운전하다가 박 씨와 부딪쳐 스마트폰 수리비를 챙겨줬는데 두 달 뒤 언니(49·여)도 같은 장소에서 박 씨에게 당한 것이다.

박 씨는 주로 여성 운전자를 노렸다. 피해자의 78%(156명)가 여자이다. 여성 피해자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가 40%로 가장 많았고 40대(31%), 60대(10%), 50대(9%), 20대(9%), 70대(1%) 순이었다.

사고가 나면 박 씨는 부딪힌 팔을 툭툭 털며 운전자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가다가 다시 돌아와 "손이나 팔은 괜찮은데 스마트폰 액정이 망가졌다"면서 수리비를 요구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박 씨는 현장에서 돈을 받아가기보다는 연락처를 교환한 뒤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그는 매번 친동생의 이름을 사칭했고, 수리비도 동생 명의의 은행계좌로 받았다. 신용불량자였기 때문이다.

박 씨는 여성 운전자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나서 "커피숍에서 차를 한잔 마시자"고 하거나 "목적지 또는 스마트폰 수리점까지 데려다 달라"고 해 차를 얻어타기도 했다.

박 씨는 경찰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작은 사단법인에서 일을 도와주며 이따금 월급을 받기는 했지만, 생활비로는 부족했다"면서 "돈도 필요했고 여자도 만나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박 씨의 동생 계좌를 추적한 결과 출금 명세가 없는 1회 입금자는 900여 명으로 피해 추정액이 1억 원에 가까웠지만, 진술 거부 등으로 인해 피해자는 200명, 피해액은 2천400만 원밖에 특정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박 씨를 구속하고 사고 현장에서 현금으로 지급한 피해자도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위장사고 장소
위장사고 장소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남구 신사동 일대 골목길에서 서행하는 차의 사이드미러에 고의로 팔을 부딪치는 '손목치기' 수법으로 합의금 2천400만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박모(40)씨를 구속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박씨의 범행장소를 표시한 지도. 2017.8.31 (서울 강남경찰서 제공=연합뉴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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