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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훈의 골프산책] 여자골프 김혜선의 '정직한 골프'

송고시간2017-09-0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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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선의 드라이브샷 모습.(KLPGA 제공)
김혜선의 드라이브샷 모습.(KLPGA 제공)

(춘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년 차 김혜선(20)은 지난 8월19일 보그너 MBN 여자오픈 2라운드 때 10번 홀에서 시작해 9번 홀까지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아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전날 2오버파 부진으로 걱정하던 컷 통과는 문제없어 보였다.

10번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을 치려던 김혜선은 갑자기 스윙을 멈추고 경기위원을 불렀다.

백스윙하는 순간 볼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현장에 도착한 경기위원에게 김혜선은 풀 위에 살짝 올라 앉아있던 볼이 풀 아래로 내려앉았다고 말했다.

당시 김혜선의 볼은 페어웨이 바로 옆 세미 러프에 있었다.

옆이나 앞뒤로 움직인 게 아니기에 선수 본인 말고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볼의 움직임이었다.

같이 경기하던 선수들이 스윙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볼이 움직인 건 알아채지 못했다. 김혜선과 함께 경기를 치렀던 선수는 "볼이 움직였다고 하니까 그런가 보다 했을 뿐 전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혜선은 백스윙하는 과정에서 클럽 페이스가 풀을 건드리면서 볼이 내려앉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위원은 김혜선의 설명대로라면 규칙에 따라 1벌타 부과가 불가피하다고 결론내렸다. 볼이 움직인 원인이 김혜선의 백스윙이기 때문이다.

벌타를 포함해 7타만에 홀아웃한 김혜선은 이후 2타를 더 잃어 컷 통과에 실패했다.

김혜선은 지난해 KLPGA투어에 데뷔했지만, 상금순위 78위에 그쳐 시드전을 다시 치러 투어에 복귀했다. 올해는 톱10에 두번 입상하는 등 작년보다는 낫지만, 상금순위 55위가 말해주듯 1타가 아쉬운 처지다.

이런 사연을 전해 듣고 확인에 나선 기자에게 김혜선은 "아무리 아쉬워도 나 자신을 속이긴 싫다. 아닌 건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벌타를 받고 나서 샷이 흔들렸다.

결국, 경기를 망쳐 컷 탈락했다. 자진 신고한 걸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혜선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저었다.

김혜선은 아마추어 골프 고수인 아버지에게 "정직한 골프를 하라"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고 했다.

김혜선은 프로 선수가 되기 전인 2013년 익성배 매경아마추어 선수권대회 때도 규정 위반을 자진 신고한 적이 있다.

그린에서 상대 선수 퍼팅 라인에 있던 마크를 옮겼다가 나중에 다시 원래 위치로 되돌리지 않은 채 퍼트한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경기위원을 찾아갔다.

당시 마크를 여러 번 옮기느라 동반 선수들도 원래 위치로 돌리지 않은 사실을 전혀 몰랐지만, 기억을 되살린 김혜선은 벌타를 감수했다.

김혜선은 "규칙을 위반한 걸 알고도 가만히 있었다면 내내 마음이 불편해서 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다른 사람이 알았든 몰랐든 내가 규칙을 위반했다면 당연히 신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KLPGA투어 경기위원은 "선수가 규칙을 위반했다고 스스로 알리는 경우는 1년에 서너 차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동반자가 위반 장면을 목격했을 때"라면서 "김혜선처럼 본인만 아는 룰 위반을 자진 신고하는 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프로 골프 대회에서 규칙 위반은 고의든 아니든 드물지 않게 일어난다.

벌타를 받는 규칙 위반은 그러나 동반 선수나 제3자의 신고로 드러나는 게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김혜선은 평생 지속할지 모르는 마음의 빚을 거부했다. 대신 '정직한 골프'를 선택했다

김혜선은 7일부터 경기도 가평의 가평베네스트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시즌 세번째 메이저대회 이수그룹 KLPGA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이번 시즌 19번째 정규 투어 대회에 나서는 김혜선은 시드 유지가 급선무다. 상금랭킹 60위 이내에 들어야 내년 시드를 받는다. 김혜선은 현재 상금랭킹 55위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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