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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성범죄자 출소 3개월 만에 재범…이웃은 정보 몰랐다

송고시간2017-09-1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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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위치만 알고 뭘 하는지는 몰라" 전자발찌 한계·사각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성범죄 재범을 막고자 도입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무고한 여성이 또 성폭행 피해를 봤다.

이번에는 같은 원룸 건물에 사는 여성이 피해자였다. 이 여성은 같은 건물에 사는 남성이 전자발찌를 찬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전자발찌 차고 또 성폭행(PG)
전자발찌 차고 또 성폭행(PG)

◇ "24시간 위치만 알고 뭘 하는지는 모른다"

사건은 지난 6일 오전 3시께 원주시의 한 주택가 원룸에서 발생했다.

A(35)씨는 같은 건물 다른 층 원룸에 사는 B(여)씨의 화장실 창문으로 침입해 B씨를 강제로 성폭행했다.

성범죄 전력이 3차례나 있는 A씨는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였지만 법무부 중앙관제센터나 관할 보호관찰소는 그의 범행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관할 보호관찰소는 A씨가 범행 후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기까지 3∼4시간이 지나도록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전혀 알지 못했다.

성범죄로 복역하고서 출소한 지 3개월 만에 저지른 A씨의 재범을 관할 보호관찰소가 안 것은 성폭행 피해 신고를 받은 경찰의 통보를 받고서였다.

더 큰 문제는 원룸 등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전자발찌 부착자가 위층이나 아래층, 같은 층에서 어떠한 범죄를 저질러도 보호관찰 당국은 이를 감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부착 대상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거나 휴대용 추적장치에서 멀어지면 감응 범위 이탈로 즉시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보호관찰소 내 위치추적 중앙관제실에 경보가 울린다.

그러나 A씨는 휴대용 위치추적기를 그대로 두고 전자발찌만 찬 채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사는 여성을 상대로 범행했지만, 감응 범위 이탈 경고는 울리지 않았다.

같은 건물 내에서는 '홈(H)'으로 표시되는 데다 관제센터에서도 A씨가 집에서 쉬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이를 두고 기계적 오류보다는 기기적 한계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9일 "감응 범위 이탈 경고가 울리면 즉시 직원이 전자발찌 부착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며 "그러나 원룸 등 위아래층에서는 이 같은 경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지난 3월 13일 인천시 남동구의 한 원룸에서도 발생했다.

당시 전자발찌를 찬 C(24)씨가 같은 건물 원룸 같은 층에 사는 30대 여성의 집에 침입해 범행하려다 적발됐다.

C씨는 과거 성범죄를 저질러 지난해 3월부터 전자발찌를 착용했다.

원룸 등 같은 건물뿐만 아니라 자신의 집에서 저지르는 성범죄는 전자발찌 제도 자체를 무색하게 한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무려 10년간 지적 장애가 있는 친딸을 성폭행한 인면수심의 D(53)씨.

3차례나 성폭력 범죄 전력이 있는 D씨는 2014년부터 전자발찌를 착용했다.

그러나 보호관찰 당국은 D씨가 자신의 집에서 저지른 성범죄를 전혀 알지 못했다.

전자발찌 부착자인 E(71)씨도 지난해 9월 5일 횡성군 자신의 집에서 50대 여성을 성폭행했다. E씨는 전자발찌를 부착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또다시 성범죄를 저질렀다.

결국, 자기 집에서 저지른 범행을 막는 데 위치추적 전자장치는 큰 의미가 없었던 셈이다.

전자발찌 시연하는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관계자 [연합뉴스 자료 사진]
전자발찌 시연하는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 관계자 [연합뉴스 자료 사진]

◇ "내가 사는 집 주변에 전자발찌 찬 성범죄자가 있을까"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자발찌 부착 성범죄자는 2천894명이다.

전체 전자발찌 부착자(약 4천66명)의 71.2%에 달한다.

전자발찌를 도입한 2008년 205명과 비교하면 14배 가까이 늘었다.

강원도 내 전자발찌 부착자는 86명이지만 전담 인력은 24명뿐이다.

문제는 보호관찰소 직원들이 전자발찌 부착 성범죄자뿐만 아니라 다른 범죄를 저지른 보호관찰대상자들도 관리한다.

원주는 22명의 직원이 전자발찌 부착자를 비롯해 총 1천150명의 보호관찰자를 모두 관리해야 해 인력 부족 등 한계가 있다.

전자발찌 부착뿐만 아니라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나 우편 고지도 B씨와 같은 원룸 피해 여성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현행법상 성범죄자가 사는 읍면동의 19세 미만 자녀를 둔 가정과 인근 학교 등에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담은 고지서를 우편으로 보낸다.

피해 여성 B씨는 자신이 사는 원룸 건물에 성범죄자가 산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다만, '성범죄자 알림이'(www.sexoffender.go.kr)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집 주변 성범죄자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이를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모든 성범죄자의 기록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원에서 재범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신상공개 명령을 한 범죄자에 한해서만 정보가 공개된다.

결국, 전자발찌 장비의 보완이나 성범죄 재범 방지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없애지 않고서는 B씨와 같은 유사 피해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격투나 비명 등 범죄와 연관됐을 수 있는 정황까지 감지하는 기능을 탑재한 '외부 정보 감응형 전자발찌'를 개발 중"이라며 "성범죄자 우편 고지서와 성범죄자 알림이 사이트를 통해 주변에 사는 성범죄자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자발찌
전자발찌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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