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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익은 사과 30% 썩거나 '쩍쩍'…추석 앞둔 과일농가 '비상'

송고시간2017-09-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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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나면 움푹움푹 썩는 사과 수두룩…잦은 비로 열과 확산

"출하 늦춰라" 늦은 추석에 공급놓고 우왕좌왕…과일값 요동

(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김형우 기자 = 충북 충주시 동량면 건지마을에서 2만4천여㎡의 사과 농사를 짓는 전상훈(55)씨는 요즘 움푹움푹 썩고 알이 터진 사과를 솎아내는 지루한 작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썩고 갈라진 사과
썩고 갈라진 사과

탄저병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 상태에서 멀쩡하던 사과 알이 쩍쩍 갈라지는 열과까지 확산돼 하룻밤 자고 나면 못 쓰게 되는 사과가 수십 상자씩 쏟아져 나온다. 당연히 수확의 풍요로움에 들떠 있어야 할 그의 밭은 푸념과 한숨 소리가 깊게 내려앉았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농부인 그는 지난 여름 혹독한 가뭄과 집중호우에도 탐스럽게 사과를 키워냈다. 그러나 수확을 코앞에 두고 시작된 늦장마는 미처 손 쓸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한 해 농사를 엉망으로 망쳐놨다.

전씨는 "불과 보름 만에 다 익은 홍로 사과의 30%가량을 솎아냈다"며 "병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에 비닐을 깔고 햇볕을 가려주지만,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보은군 삼승면에서 2천400여㎡의 홍로 농사를 짓는 이달혁(56)씨도 평년의 60% 정도를 수확하는 선에서 서둘러 올해 농사를 접었다.

이씨는 "탄저병이 번지면서 성한 것만 골라 서둘러 수확했다"며 "그 바람에 7천㎏ 넘게 나오던 밭에서 가까스로 4천㎏ 정도 건진 게 전부"라고 말했다.

썩어 버려진 사과
썩어 버려진 사과

그는 이달 말부터 1만㎡의 후지 수확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 밭에도 이미 탄저균이 침투해 흠집 생긴 사과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탄저병은 과일 표면에 갈색 반점이 생기면서 과육이 썩는 병이다. 병원균(포자)이 주로 빗물을 타고 퍼지기 때문에 수확기 내리는 비는 치명적이다.

게다가 뿌리를 통해 과다 흡수된 수분은 알을 터트려 열과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가을비가 과일 농사에 백해무익하다는 말도 이 때문에 나온다.

지난달 이 지역에는 무려 14일에 걸쳐 315.8㎜의 비가 내렸다. 이달 강수량도 나흘간 72.1㎜를 기록 중이다.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내리면서 추석 대목을 기다리던 과일 농사는 엉망이 됐다. 수확기에 접어든 배는 껍질에 검은 반점이 생기는 검은별무늬병(흑성병)과 그을음병이 확산되는 중이고, 감나무는 잎이 누렇게 변하면서 열매를 떨구는 모무늬낙엽병이 번지고 있다.

영동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장마철 방제나 물관리에 소홀했던 밭에서 피해가 크고, 감나무는 소규모 농장을 중심으로 병이 번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추석 앞둔 과일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추석 앞둔 과일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물기를 잔뜩 머금은 만생종 포도 역시 알이 터지면서 썩는 열과 앞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영동군 학산면에서 만생종인 마스카베리에이(MBA) 포도를 재배하는 유지춘(69)씨는 "여태 잘 버티던 포도가 며칠 전 비를 맞은 뒤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며 "보름가량 수확해야 하는데, 얼마나 버텨줄지 걱정"이라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얄궂은 날씨 못지않게 예년보다 늦은 추석도 과일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농민들이 추석 대목을 겨냥해 무작정 수확을 미루거나 냉장보관하면서 추석 직전 홍수 출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저장성이 떨어지는 홍로 사과와 원황 배 가격은 불과 며칠 새 들쭉날쭉 요동치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조사한 전국 도매시장의 홍로(10㎏) 가격은 3만600원으로 지난해(4만2천원)와 평년(4만2천900원)에 비해 30% 가까이 떨어졌다. 원황배(15㎏)도 3만1천500원으로 지난해(3만4천300원)와 평년가격(3만5천원)을 크게 밑돈다.

1주일 전 홍로 사과와 원황 배는 3만7천800원과 4만원으로 평년가격을 웃돌기도 했다.

썩고 갈라진 사과
썩고 갈라진 사과

충주원예농협 관계자는 "'추석 사과'로 불리는 홍로와 원황 배는 대부분 선물용으로 소비되는데, 올해는 열흘 넘는 시차로 인해 농민들이 출하조절에 나서면서 공급량이 출렁거리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궂은 날씨 등으로 사과 생산량은 4% 줄고, 배는 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늦은 추석으로 인해 명절 공급량은 전년에 비해 4%와 23%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사과는 홍로와 더불어 양광·후지 조숙계 등이 다양하게 공급되고, 신고배까지 선물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과일 공급이 추석 직전에 집중되면서 이 시기 과일값은 평년보다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bgipark@yna.co.kr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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