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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핵 재배치' 급제동 걸리나…文대통령 이어 美국방도 부정적

송고시간2017-09-15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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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도미노' 촉발할 '공포의 균형'에 부담…확장억제로 충분 판단

북핵 열흘여만에 논란 일단 종결…고강도 대북제재 주력 국면 인식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급부상했던 '전술핵 재배치'를 둘러싼 논의에 한미 양국 수뇌부에서 부정적 신호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에 대응해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 개발을 해야 한다거나, 우리가 전술핵을 다시 반입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언급했고, 이보다 하루 앞서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도 "핵무기의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 것이다.

북한의 지난 3일 핵실험 이후 태평양을 사이에 둔 양국에서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온 논의에 동시에 쐐기를 박는 수뇌부의 입장이 표명됨으로써 '전술핵 재배치'는 일단 제동이 걸린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과 매티스 장관의 언급에는 '전술핵 재배치'가 당장 실익보다는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깔렸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에 핵으로 맞서겠다는 자세로 대응한다면 남북 간 평화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핵 대(對) 핵'은 북핵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다. 그러면서 "동북아 전체의 핵 경쟁을 촉발해 평화와 안정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술핵 재배치'가 북핵 해법이 되기보다는 동북아 '핵 도미노'를 야기하며 결국 역내 안정을 해치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치권 '전술핵 재배치' 논란 가열…"백해무익" vs "핵균형 계기(CG)
정치권 '전술핵 재배치' 논란 가열…"백해무익" vs "핵균형 계기(CG)

[연합뉴스TV 제공]

그런가 하면 매티스 장관은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지금의 확장억제, 즉 '핵우산'만으로도 충분한 대북 억제가 된다는 입장을 시사하며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우리는 핵 억제력을 갖고 있다", "미국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것은 자살행위임을 적국이 인식할 수 있도록 충분한 핵전력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에 대한 선제공격은 불가능하며 공격 시 미국의 보복이 엄청날 것" 등의 언급이 그런 대목이다.

이처럼 북핵실험 이후 열흘여 만에 한미 양국 수뇌부에서 '전술핵 재배치' 에 동시적으로 부정적 입장이 나온 것은 불필요한 핵대결 논란을 종식하고 당장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집중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3일 북핵실험 직후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한·일의 독자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 등 공격적 대북옵션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도 1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국방장관이 불과 며칠 전에 핵무기 재배치를 요구했다. 그것은 심각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가세하면서 논의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미 조야에서는 '전술핵 재배치'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부정적 기류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캐서린 딜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CNS)' 연구원은 CNN에 을지 가디언 훈련 등 한미 양국의 정기적 군사훈련을 거론하면서 "이 기간 괌의 미군 폭격기와 핵잠수함 등의 전략자산이 전개되며 이러한 긴밀한 군사협력만으로도 충분한 대북 억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반대론자들은 이 무기의 배치가 핵 도미노를 야기해 동북아 안보지형을 흔들고 중국과 러시아 등과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것을 우려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전략핵무기 대응이 전술핵에 비해 결코 신속성 면에서 뒤지지 않으면 이러한 전략핵 등 확장억제와 재래식 무기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의 균형'이 갖춰진 상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 대통령,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
문 대통령,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미국 CNN 방송 폴라 핸콕스 서울지국 특파원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7.9.14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kjhpress@yna.co.kr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뉴 룩'(New Look) 정책에 따라 1958년부터 한국에 배치돼 한때 950여 기에 달했던 전술핵무기는 미국과 옛소련의 합의에 따라 지난 1991년 전면 철수됐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전술핵은 B61, B83 등 항공기 투하용 핵폭탄 500여 기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핵'에 비해 위력이 덜하고 운반 거리가 짧은 국지전용이지만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 정도의 파괴력이어서 결코 작은 폭발력은 아니다.

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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