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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수개월 넘는 복통·설사…'크론병' 의심해야

송고시간2017-09-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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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론병 등의 '염증성 장질환', 서구형 식습관 영향 커

장 손상 막거나 늦추는 방법으로 지속 치료해야

(서울=연합뉴스) 예병덕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 #. 서울 관악구에 사는 정모(23)씨는 어릴 때부터 유독 패스트푸드를 즐겨 먹었다. 그런데 20살이 된 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설사와 복통이 지속하고 체중이 급격히 줄어 병원을 찾았다. 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보자는 의료진의 의견에 따라 내시경 검사를 한 결과 김씨는 크론병 진단을 받았다. 아직은 크론병을 완치시킬 방법이 없는 터라 김씨는 현재도 약물치료를 하며 지속해서 관리 중이다. 또 패스트푸드는 물론이고 몇 년 동안 피워 온 담배도 끊었다.

정씨가 앓는 크론병은 국내 한 유명 가수가 앓고 있다고 해서 이슈가 됐던 질환이다. 최근에는 크론병 이외에도 '궤양성 대장염' 등 그동안 국내에서 생소했던 '염증성 장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 수는 2012년 4만4천여명에서 지난해 5만7천여명으로 5년 새 약 30%나 증가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얼핏 이름으로만 보면 설사, 변비 등 장에 약간의 문제가 생긴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때문에 어렵지 않게 치료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염증성 장질환은 치료가 힘든 희귀질환에 속한다. 복통, 설사, 혈변 등의 증상이 수개월 이상 지속 또는 반복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항문 주변에 잘 낫지 않는 염증이 발생하면 염증성 장질환을 반드시 의심해야 한다.

대장내시경 사진. 왼쪽이 정상, 오른쪽이 크론병이다.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대장내시경 사진. 왼쪽이 정상, 오른쪽이 크론병이다.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 염증성 장질환, 서구형 식습관 영향 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적으로 염증이 생기고 지속하는 질환으로, 아직 발병원인이 명확지 않다. 앞서 언급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이며, 자가면역질환인 베체트병이 장을 침범한 '베체트 장염'도 염증성 장질환의 하나로 분류된다.

염증성 장질환의 발병에는 유전적 소인이 있어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음식문화가 서구화되면서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 섭취가 늘어난 게 발병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또 흡연은 크론병 발병을 촉진하고 악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크론병은 염증이 입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 음식물을 소화하는 과정에 관여하는 장 전체에 걸쳐 산발적으로 퍼져 있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10~20대 젊은 층에서 잘 발병하고 복통, 설사, 체중 감소, 식욕 감퇴, 미열, 피로감 등이 주요 증상이다. 항문 주위 고름이나 치루 등 항문 주위 염증도 흔히 나타난다.

크론병 증상의 종류와 심한 정도는 환자마다 매우 다양하다. 크론병의 염증이 계속되면 장이 좁아지거나 구멍이 나는 합병증 또는 심한 출혈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대장암과 소장암 발병 위험도 커진다.

이와 달리 궤양성 대장염은 염증이 대부분에서 대장에만 국한돼 있다. 주로 대장점막의 표층부에 염증이 생겨 대장점막이 충혈되면서 붓고 출혈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부분의 병변 부위가 계속 연결된 게 특징이다. 다만 소장을 침범하지는 않고 염증의 침범 범위는 환자에 따라 다양하다.

이 질환도 20∼30대의 젊은 연령층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기는 하지만, 60세 이상 연령층에서도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다. 궤양성 대장염의 주요 증상은 피가 섞인 설사, 점액질이 섞인 변, 참기 어려운 변의 등이다. 염증의 범위와 정도에 따라서는 복통, 탈수, 열감, 빈혈,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염증성 장질환은 처음 증상이 발생한 후부터 진단받기까지의 기간이 상당히 긴 편이다.

보통 크론병은 1년 이상, 궤양성 대장염은 3∼6개월이 걸린다. 이는 과민성장증후군, 장염, 치질 등으로 오해하기 쉽기 때문인데, 염증성 장질환은 이들 질환과 달리 만성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개월 동안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지속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혈변이 나타나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또 염증성 장질환은 장 이외의 기관에도 관절염, 눈의 염증, 피부 염증, 담관염, 혈전증, 신장 결석 등으로 다양하게 생길 수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대장내시경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대장내시경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 장 손상 막거나 늦추는 방법으로 치료해야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의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고 염증을 호전시켜 장이 손상되는 것을 막거나 늦춤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게 주된 목표다. 보통 염증성 장질환 치료에 먼저 사용하는 방법은 약물요법이다. 하지만 약물에 반응하지 않거나 합병증이 발생한 경우에는 장 절제술 등과 같은 수술이 필요하다.

크론병의 경우 항문 주위 농양이나 치루가 잘 낫지 않고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농양 배액, 치루 절개술, 배액관 삽입 등의 수술 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효과적으로 조절되는 편이다.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약물은 아미노살리실산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 제제 등이 있는데, 개별 환자의 상태에 맞춰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

최근에는 종양괴사인자(TNF) 억제제 등 생물학 제제를 조기에 적극적으로 사용해 염증성 장질환의 합병증 발생률을 낮추고 질병 경과를 호전시키는 방향으로 치료방침이 변화됐다. 특히 크론병은 장 수술 후에도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의 증상이 없거나 가볍더라도 염증은 계속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꾸준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꾸준히 규칙적인 투약과 함께 정기적인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크론병 환자의 경우 금연도 필수다.

세계적으로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서울아산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연구팀이 한국인 염증성 장질환의 유전적 배경과 임상적 특성을 규명해 저명 국제학술지인 소화기학(Gastroenterology), 소화관(Gut), 네이처 지네틱스(Nature Genetics) 등에 잇따라 발표하는 성과를 냈다.

예병덕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예병덕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연합뉴스]

◇ 예병덕 교수는 1997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대한소화기학회, 대한장연구학회, 아시아 염증성 장질환 학회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의대 베스 이스라엘 디커니스 메디컬 센터(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 염증성 장질환 센터, 시카고대학교병원 염증성 장질환 센터, 시더스-시나이 메디컬 센터(Cedars-Sinai Medical Center) 염증성 장질환 및 면역생물학 연구소에서 각각 방문교수를 지냈다. 2008년과 2010년에는 한·일 염증성 장질환 심포지엄에서 우수연구자상을, 2014년에는 아시아 염증성 장질환 학회에서 우수연구자상을 받는 등 염증성 장질환 발병원인 규명 및 치료를 위한 연구에 힘쓰고 있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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