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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탐구한 지 20년…제가 추구하는 것은 숭고함"

송고시간2017-09-2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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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경,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 '모어 라이트: 향유고래 회로도'

리경, 아이 캔 시 유어 할로, 엘립소이드빔 라이트·자개·황동·멀티채널사운드, 2017 [송은아트스페이스 재단]

리경, 아이 캔 시 유어 할로, 엘립소이드빔 라이트·자개·황동·멀티채널사운드, 2017 [송은아트스페이스 재단]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송은문화재단 전시공간인 송은아트스페이스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직사각형 건물이지만, 한 층씩 올라갈수록 전시장이 넓어지는 구조로 돼 있다.

송은아트스페이스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공간 입면도를 본 리경 작가는 뭉툭한 머리의 향유고래부터 떠올렸다. 몸길이가 최대 20m에 달하는 이 고래는 허먼 멜빌(1819~1891) 소설 '모비 딕'의 포악스러운 포식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작가의 개인전 '모어 라이트(More Light): 향유고래 회로도' 전시장을 돌아보다 보면 고래 뱃속이나 깊은 동굴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그 때문이다.

2층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둠 속에서 2개의 거대한 빛 기둥을 마주하게 된다.

빛 기둥이 내려꽂힌 바닥의 자개 상자는 종교적 제단을 연상하게 한다. 전 층이 뚫린 공간을 통해 울려 퍼지는 웅장한 목소리까지 더해지면 성스러운 마음이 저절로 인다.

리경 작가
리경 작가

[송은아트스페이스 제공]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종교가 없다고 했다. 그는 다만 "거창한 용어를 쓰고 싶지 않지만, 제가 계속 추구하는 것은 숭고함"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잖아요. 삶과 죽음, 둘이 극단적이면서도 서로 맞닿아있는 부분에 끌렸어요."

작가가 빛을 공간에 따라 다양하게 구현하면서 철학적 명제를 고민하는 작업을 해온 지도 20년이 됐다. 그는 "빛이 빛으로 남으려면 반드시 어둠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그런 점에서 극단을 가장 잘 표현하는 소재가 빛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총 3점을 출품했다.

3층에는 현란한 사이키 조명이 강한 잔상을 남기면서 인간의 불안감을 건드리는 작품이, 4층에는 푸른 레이저 프로젝션이 춤추듯 움직이며 관람객을 휘어감는 작품이 설치됐다.

이번 전시는 송은아트스페이스가 신진작가와 중견작가 사이의 작가 중에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자 노력하는 이를 해마다 1명씩 선정해 소개하는 국내작가 개인전이다.

전시는 11월 25일까지. 문의 ☎ 02-3448-0100.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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