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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간 사모은 작품들 몇백 배 상승도…절대 안 파는 이유요?"

송고시간2017-09-2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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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994년 31살 직장인 미야쓰 다이스케는 월급을 탈탈 털어 갤러리에서 그림 하나를 샀다.

1953년 제작된 구사마 야요이의 검정 땡땡이 드로잉이었다. 이 작품의 당시 가격은 50만 엔(약 500만 원)이었다. 국내 미술 시장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구사마 야요이의 요즘 작품가와 비교하면 턱도 없는 수준이지만, 평범한 월급쟁이에게는 매우 큰 금액이었다. "당시에도 구사마의 팬이었던 나 자신에게 선물을 하나 하고 싶었어요. 처음 준비했던 것과 달리, 여름·겨울 보너스 모두 털어서 구매할 수밖에 없었죠."

다이스케가 '월급쟁이 컬렉터'로 살게 되는 출발점이었다. 그가 미술품 수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는 25년이 됐다. 현재 창고 세 곳에 나눠 소장 중인 그림·조각·설치 작품만 400여 점이다.

유한 취미 정도로 인식되는 미술품 수집을 알뜰살뜰 모은 월급으로 해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다이스케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24일 서울 코엑스에서 막 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참석차 한국을 찾은 다이스케를 인터뷰했다.

다이스케가 작품을 수집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콘셉트'다. 시각적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현대사회의 경제·사회·환경 문제를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도 중요하게 본다.

그는 이렇게 모은 자신의 컬렉션을 '소통과 상의'(Communication and Discussion)라는 단어로 정의했다.

"작품을 살 때 그 작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해요. 우리가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와 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잖아요. 하지만 구사마 야요이, 이우환, 게르하르트 리히터와는 대화할 수 있어요. 그것이 제가 현대미술을 수집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른 배경과 시대, 문화의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을 나와 우리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작품을 사는 행위를 '동거'에 비유했다. "누구든 매력 있는 사람을 보면 점심이나 저녁을 같이 먹고 싶고, 데이트도 하고 싶고, 같이 살고 싶지 않나요?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는 것도 좋지만, 5~6시면 문을 닫잖아요. 그 작품과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저는 컬렉팅을 합니다."

다이스케는 작품을 팔지 않는 컬렉터로도 이름이 났다. 그 사이 그가 보유한 많은 작품의 가격이 "10배, 100배, 심지어 몇백 배" 올랐다.

그는 "내가 보유한 모든 작품에는 작가들과 대화한 기억과 의미가 있다"라면서 "내 컬렉션을 판다는 것은 우정을 파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올해로 '월급쟁이 컬렉터'라는 수식어를 떼어냈다. 30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감하고 올해 4월부터 요코하마대 아트·디자인과 교수로 재직 중이기 때문이다. 교토대 아트·디자인과 초빙교수로도 일하고 있다. "하지만 월급은 전보다 오히려 더 줄었어요." 다이스케의 재치 넘치는 설명이다.

'월급쟁이 컬렉터' 미야쓰 다이스케
'월급쟁이 컬렉터' 미야쓰 다이스케

(서울=연합뉴스) '월급쟁이 컬렉터'로 유명한 미야쓰 다이스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참석차 최근 방한한 그는 직장인이면서 25년 넘게 미술품 컬렉터의 길을 걸어오면서 명성을 얻었다.2017.9.25 [미야쓰 다이스케 제공=연합뉴스]
photo@yna.co.kr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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