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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박사' 한무영 교수의 실험…"빗물은 골칫덩이 아닌 자원"

송고시간2017-10-0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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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옥상 '빗물 텃밭' 주목…건물 에너지 줄고 감자·배추 수확까지

물관리 시스템 설명하는 '빗물 박사'
물관리 시스템 설명하는 '빗물 박사'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서울대 관악캠퍼스 35동 옥상 '빗물 텃밭'에서 만난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가 서울대의 물관리 시스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17.10.1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한국의 물관리가 왜 실패했느냐? 비가 온다고 걱정하는 짚신장수, 해가 뜬다고 걱정하는 우산장수 등 두 아들이 있는데 짚신장수 아들만 편애했기 때문이죠."

1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난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는 한국의 물관리 대책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짚신장수 입장에서 빗물을 자원이 아닌 골칫덩이로만 여겼기에 물관리에 실패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빗물 박사'로 불리는 한 교수는 "한국은 계절별로 강수량 차이가 크고 큰비가 자주 내리기 때문에 비 피해를 막는 동시에 비를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 실정에 맞는 물관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센터장으로 있는 서울대 지속가능물관리연구센터는 지난달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물관리 시설의 확산방안 연구'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지속가능물관리연구센터는 서울대의 물관리 시설 연구 및 적용사례를 발표했다. 특히 서울대 35동 옥상에 조성된 '빗물 텃밭'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2013년 한 교수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이 텃밭은 이름 그대로 빗물을 이용한 텃밭이다.

840㎡ 크기의 '빗물 텃밭'은 정원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고 가장자리를 높인 국내 최초의 오목형 구조라 빗물을 효과적으로 모을 수 있다. 총 저류량은 170t이다. 모인 빗물은 청소나 조경·농업용수로 쓴다.

간단한 시공으로 조성한 정원이지만 효과는 크다. 건물에서 유출되는 빗물을 줄여 홍수 예방에 탁월할 뿐 아니라 옥상 표면 온도가 낮아지면서 건물의 에너지 소비도 줄었다.

또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는 '빗물 텃밭'을 학생과 지역주민에게 개방해 감자와 배추 등을 심고 수확물을 나누고 있다.

한 교수는 '빗물 텃밭'에 대해 "세계적 환경 이슈인 '물·음식·에너지 통합'(Water·Food·Energy Nexus)을 이상적으로 실현한 사례"라고 자부했다. 나아가 "텃밭에서 거둔 작물을 지역 공동체가 함께 나누고 있으니 물·음식·에너지에 커뮤니티(Community) 개념까지 더한 통합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한 교수는 이밖에 서울대의 화장실 변기를 절수형으로 교체하는 등 다양한 '물 절약'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서울대 39동에 실험실 냉각수 순환장치를 설치해 매달 물 4천 톤을 절감하게 됐다. 돈으로 환산하면 매월 660만 원을 아끼는 셈이다.

한 교수는 "지난 5월 말 물탱크 자동제어시스템 오작동으로 관악캠퍼스에 단수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 단수에도 냉각수 순환장치 덕분에 39동은 실험실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어 "국회 사무처가 새로 짓는 스마트워크센터·프레스센터 건물에 서울대의 물관리 모델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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