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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스민 서해 낙조…김덕용이 펼쳐놓은 '오래된 풍경'

송고시간2017-10-11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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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그림 그리는 작업 30년째…이화익갤러리서 개인전 개막

김덕용, 관해음17-2, 100x170cm, 2017
김덕용, 관해음17-2, 100x170cm, 2017

[이화익갤러리 제공=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김덕용(56)은 나무판에 그림을 그린다.

소나무 조각을 깎고 다듬어 이리저리 짜 맞추는 것이 작업의 첫 번째 단계다.

그 위에 다양한 염료를 이용해 쪽 찐 머리의 여인이며 만개한 매화나무며 가지런히 정돈된 이부자리를 단청기법으로 그린다.

그렇게 '나무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살아온 지 벌써 30년 가까이 흘렀다.

나무에 스민 색의 흔적은 은은하고 따뜻하고 정겹다.

그의 작품이 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를 장식한 것도 그러한 기운 때문이었을 것이다.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 '오래된 풍경'을 여는 작가를 11일 오후 갤러리에서 만났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김덕용 작가가 11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 '오래된 풍경'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17.10.11. airan@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김덕용 작가가 11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 '오래된 풍경'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17.10.11. airan@yna.co.kr

나무의 어떠한 점이 그를 그렇게 끌어당겼을까.

대학에서 공부할 당시 동양화에 제약이 많아서 그렇게 답답했다는 작가는 대학원 때부터 우리 미술의 근원이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탐색했다. 그러다 보니 재료에 관심을 두게 됐고, 나무에 눈길이 갔다.

"우리 미술이 상당수 목조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어요. 고택이나 고궁을 보면 모두 나무로 돼 있잖아요. 동양화를 전공해서 종이에 그리다 보니, 종이의 원류는 결국 나무라는 생각도 했고요. 나뭇결 속에 시간이 담긴 점도 그렇게 좋더라고요."

작가의 나무 예찬은 쉼이 없었다.

김덕용, 차경-뒤안, 118x160cm, 2017
김덕용, 차경-뒤안, 118x160cm, 2017

[이화익갤러리 제공=연합뉴스]

그는 2000년부터 나무판에 나전칠기 방식으로 자개도 붙이고 있다. 그 덕분에 작품들이 공예품과 같은 느낌도 강하게 풍긴다.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란 그는 "객지 생활을 하다 보니 어머니 생각을 자연히 자주 하게 됐고, 어머니 하면 어릴 적 광주집에 있던 자개장이 먼저 떠오르더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 나온 25점 중에도 자개를 박아넣은 작품들이 특히 눈에 띈다.

전시장 2층에 들어서자마자 만나는 '관해낙조'는 정자에 앉아 책을 읽다 해 저무는 바다를 바라보았을 다산 정약용의 심정을 떠올리며 그린 작품이다.

붉게 물든 바다는 자개를 오린 뒤 이어붙여 표현했다. 카메라로도 제대로 잡아내기 어려운 바다의 반짝임을 자개 조각으로 표현한 점이 놀랍다. 작가는 웃음과 함께 "일종의 배채법(背彩法)인데 더 자세한 것은 영업비밀"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옛집을 중심으로 공간의 표현에 집중한 점, 인물 대신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아진 점이 차이점이다.

작가는 아부다비문화원에서 열리는 한국작가 전시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이화익갤러리 '오래된 풍경' 전시는 31일까지. 문의 ☎ 02-730-7817.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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