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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이 맞붙은 이웃"…한국·중국 문인들 열한번째 만남

송고시간2017-10-1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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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춘서 제11차 한·중작가회의…"다른 생각 가질 권리 인정하자"

한중작가회의에서 발표하는 홍정선 인하대 교수 [한중작가회의 준비위원회 제공]

한중작가회의에서 발표하는 홍정선 인하대 교수 [한중작가회의 준비위원회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이 넓은 지구에서 중한 양국은 산천이 맞붙은 이웃나라입니다. 이웃 사이는 내왕이 다른 경우보다 더 잦을 수밖에 없으니, 때로는 친척이 되어 상호 간 허물없는 친척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학은 사람을 떠날 수 없고 이웃은 우리의 삶에서 접촉이 가장 많은 사람입니다."(중국 소설가 주르량)

한국과 중국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제11차 한·중작가회의가 17일 중국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시 송원호텔에서 개막했다. 문인들은 2007년 중국 상하이에서 첫 모임을 한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두 나라를 번갈아 오가며 우애를 다져왔다.

올해 주제는 '인문적 전통과 한중문학'. 중국측 발제자로 나선 주르량(朱日亮·60) 지린성 작가협회 부주석은 '먼 친척이 가까운 이웃보다 못하고 가까운 이웃은 맞은 편에 사는 사람보다 못하다'는 말로 두 나라의 지리적·정신적 친밀감을 강조했다.

그는 "양국은 거의 같은 경력을 겪으면서 새로운 역사 시기에 진입했다. 양국은 모두 신속하게 발전하고 성장하고 있다"며 "두 나라는 경제영역의 상호교류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상호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인들의 교류가 정신적 교류로서 "피차간에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 작가들은 정치하고 정통적인 한국 김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중작가회의 참석한 양국 작가들 [한중작가회의 준비위원회 제공]

한중작가회의 참석한 양국 작가들 [한중작가회의 준비위원회 제공]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주르량은 한국문학에 대한 식견이 짧은 편이라면서도 김소월의 시 '금잔디'를 사례로 들며 양국 간 정신적 교류에서 문학의 역할을 제시했다. 김소월이 가리킨 건 "단지 봄날의 햇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미묘한 정신적 추구이며 문학작품은 바로 이러한 정신적 추구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한국 측 발제를 맡은 문학평론가 홍정선(인하대 교수)은 "다른 의견, 다른 생각을 가질 권리는 우리 인간이 서로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가져야 할 인문주의적 태도의 기본"이라며 고정관념과 흑백논리에서 자유로운 시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상화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독법을 예로 들었다. "당연히 오는 봄이라면 이런 질문을 던질 이유가 없다"고 여기며 다른 답을 찾다 보니 한가지 방향으로만 읽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업시간에 이 시를 학생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빼앗긴 들에 봄이 오지 않는다'고 대답했고, 들을 빼앗겼다고 과연 봄까지 안 오는지 묻자 더 이상 답하지 못했다는 경험도 들려줬다.

"산천이 맞붙은 이웃"…한국·중국 문인들 열한번째 만남 - 3

홍 평론가는 "학생들 머릿속에 고착된 '들=나라', '봄=광복'이란 의식구조가 그래도 계절의 봄은 올 수 있다는 생각을 가로막아 버린 것"이라며 "봄을 조국광복으로 고착화시켜 온다 안 온다는 이분법적 도식으로 가르치거나 이해하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교육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지금 광장에서 정치적 갈등과 대립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시 읽기와 같은 사소한 것으로부터 다른 생각을 가질 권리를 인정하는 연습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오전 양국 대표의 주제발표를 들은 작가들은 18일까지 이틀간 시·소설 분과로 나눠 작품을 낭독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번 행사에는 소설가 정찬·박상우·이현수·서하진·김언수·해이수·김덕희, 시인 김명인·이시영·송재학·이재무·조은·류인서·곽효환, 평론가 홍정선·김종회·우찬제 등 한국 문인 17명이 참가했다. 중국 측에서는 소설가 주르량·왕커신(王可心), 시인 량핑(梁平)·런바이(任白)·아웨이(阿未)·후시안(胡弦), 길림성 작가회의 주석인 평론가 장웨이민(張未民) 등 24명이 손님을 맞았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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