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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드에 '독' 된 독립투표…이라크 정부, 쿠르드 강력 압박

송고시간2017-10-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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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외면 속 쿠르드자치정부 '고립무원'

낙서로 훼손된 쿠르드정부 깃발[AFP=연합뉴스자료사진]
낙서로 훼손된 쿠르드정부 깃발[AFP=연합뉴스자료사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가 강행한 분리·독립 투표가 이들에게 도리어 '독'이 된 모양새다.

반대로 이라크 중앙정부는 지난 3년간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KRG의 활약에 구겼던 체면을 만회하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잡았다.

이라크 중앙정부는 16일 KRG가 통제권을 행사했던 북부 유전지대인 키르쿠크를 무력으로 되찾았다. 이곳은 KRG의 공인된 자치지역은 아니지만 3년 전 IS의 공세를 KRG의 군조직 페슈메르가가 막아낸 뒤 사실상 쿠르드계가 관할했다.

이라크군은 이어 17일 니네베주의 신자르 일대도 장악했다. 소수민족 야지디족이 사는 신자르 지역은 역시 3년 전 IS의 급습으로 학살·납치가 벌어진 곳이다. KRG는 IS에 쫓긴 야지디족을 자신의 자치지역으로 받아들인 뒤 이곳을 공격해 탈환했다.

또 이라크군은 이날 디얄라주 국경지대 카나킨, 모술 부근의 바시카 등 페슈메르가의 주요 주둔지를 손에 넣었다.

쿠르드계 방송 루다우는 이날 "이라크군과 시아파 민병대가 페슈메르가가 통제했던 곳을 연속으로 장악했다"며 "페슈메르가가 곳곳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IS에 용맹하게 맞섰던 페슈메르가는 이라크군과 시아파 민병대의 진격에 변변히 저항해보지도 못하고 퇴각했다.

키르쿠크에 진입한 이라크군 탱크[AFP=연합뉴스자료사진]
키르쿠크에 진입한 이라크군 탱크[AFP=연합뉴스자료사진]

이라크 정부는 이번 KRG의 분리·독립 투표로 촉발된 대결 구도를 기회 삼아 이들을 최대한 압박해 쿠르드 자치지역의 지도를 다시 그리려는 듯하다.

KRG는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 편에 서서 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락시킨 데 일조한 공로로 2005년 북부 3개 주에 대한 자치권을 인정받았다. 그 뒤 불안한 이라크 정세를 틈타 이라크 북부에서 조금씩 자치권을 넓혔다.

KRG는 지난달 25일 분리·독립 투표를 발판 삼아 주권 국가 수립을 놓고 중앙정부와 협상하려 했지만, 중앙정부가 예상외로 신속하고 강력하게 무력행사에 나서면서 손에 쥐었던 자치지역마저 잃을 판이다.

이들 관할권 분쟁지역의 쿠르드계 주민은 피란행렬에 올랐고, 아랍계는 이라크군을 환영했다.

KRG가 일방적으로 중앙정부에 밀리게 된 데는 IS 격퇴전에서 이들을 '가장 강력한 우방'이라고 치켜세웠던 국제사회가 철저하게 외면한 탓이 크다는 게 전반적인 분석이다.

IS를 격퇴하기 위해 페슈메르가에 무기와 군사 고문단을 파견한 미국, 유럽연합(EU)은 물론 인접국 이란, 터키 등 어느 국가도 KRG 편에 서지 않았다.

KRG는 IS 격퇴전 과정에서 흘린 피와 서방과 쌓은 신뢰를 토대로 중앙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독립 협상을 벌일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국제사회는 KRG를 외면했다.

KRG의 자금줄인 원유 수출의 주 거래처였던 터키마저 자국 내 쿠르드계의 동요를 이유로 등을 돌린 채 오히려 중앙정부와 쿠르드 자치지역 부근에서 합동 군사훈련으로 압박하자 고립무원이 됐다.

그사이 KRG의 양대 정파인 쿠르드민주당(KDP)과 쿠르드애국동맹(PUK)은 서로를 비난하며 적전분열에 빠졌다.

집권당인 KDP가 전횡한다며 연정을 깨고 PUK와 연대한 야권 정파 고란(변화운동)은 17일 "위기를 맞아 과도정부를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휘날리는 이라크 국기[AFP=연합뉴스자료사진]
휘날리는 이라크 국기[AFP=연합뉴스자료사진]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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