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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책방·환경…다채로운 이야기의 외국소설들

송고시간2017-10-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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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비티·르 클레지오·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새 책

인종차별·책방·환경…다채로운 이야기의 외국소설들 - 1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노벨상 시즌을 막 지난 10월 중순 서점가에 주목할 만한 외국소설이 쏟아져 나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언급되는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이곤 하지만 올해는 작가와 이야기가 좀 더 다채롭다.

미국 작가 폴 비티의 '배반'(열린책들)은 노예제도와 인종차별 정책이 다시 도입된 로스앤젤레스 교외 가상의 도시를 무대로 한 블랙 코미디다. 시대착오적 도시를 만든 주인공은 다름 아닌 흑인이다. 은근히 차별받느니 차라리 노골적인 노예생활을 하던 옛날이 낫다는 게 이유다. 버스에 백인우대석을 만들고 피부색에 따라 공공도서관 이용 날짜를 정한다.

"흑인 남자가 이렇게 말하면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물건을 훔쳐 본 적이 없다." 소설은 미국인이 신봉하는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를 건드리면서 오늘날 미국사회의 위선과 부조리를 풍자하고 조롱한다. 폴 비티는 이 작품으로 지난해 맨부커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극도로 맹렬한 위트로 현대 미국사회의 핵심부를 파고들었다"고 평했다. 이나경 옮김. 408쪽. 1만3천800원.

프랑스의 '지한파'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는 새 소설집 '폭풍우'(서울셀렉션)를 들고 찾아왔다. 닮은 듯 다른 두 편의 소설 '폭풍우'와 '신원 불명의 여인'을 묶었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폭풍우'에서는 아버지를 모르는 소녀 준, '신원 불명의 여인'에선 아프리카 가나의 해변에서 태어난 소녀 라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아프리카 대륙 동쪽의 외딴 섬나라 모리셔스를 문학적 고향으로 삼는 르 클레지오는 어린 시절 잡지에서 접한 제주 해녀에 애정을 품어왔다고 한다. 수십 년이 지나 제주를 방문해 해녀를 실제로 만났고 그들의 용기에 감명받아 이 작품을 썼다. 르 클레지오가 서울을 무대로 집필한 소설 '빛나 언더 더 스카이'도 12월께 출간된다. 316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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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브리얼 제빈의 '섬에 있는 서점'(루페)은 서점과 책·문학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작은 서점 아일랜드 북스의 주인 피크리에게 꾸러미 하나가 도착하면서 그의 삶이 예상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문학작품에 대한 주인공의 짤막한 논평과 함께 출판계의 변화에 따른 독립서점과 종이책의 위상도 읽을 수 있다.

피크리는 종이책 세계를 상징하는 인물. 서점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인간은 섬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은 하나의 세상이다." 2014년작인 이 소설은 미국 도서관 사서 추천 순위 1위를 기록하는 등 책 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엄일녀 옮김. 320쪽. 1만4천800원.

환경 위기와 인류 미래를 주제로 한 소설집도 나왔다. '곰과 함께'(민음사)는 마거릿 애트우드, 파올로 바치갈루피, 데이비드 미첼, 킴 스탠리 로빈슨 등 작가 10명의 단편을 모은 책이다. 10편 중 4편은 현재, 6편은 미래를 배경으로 했다.

SF작가 킴 스탠리 로빈슨의 '성스러운 장소'는 해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여행하는 이들이 과거와 달라진 환경에서 느끼는 불안과 안타까움을 그린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로 떠오른 마거릿 애트우드는 '죽은 행성에서 발견된 타임캠슐'을 통해 근미래의 황폐화한 지구를 섬뜩하게 묘사한다. 표제 '곰과 함께'는 환경운동가 존 뮤어의 말에서 따왔다. "만일 인간과 동물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는 곰의 편에 서겠다." 정해영 옮김. 340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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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나라 작가들의 작품도 선보인다. '뭇 산들의 꼭대기'(은행나무)는 루쉰문학상을 세 차례 수상하며 중국의 이야기꾼으로 각광 받는 작가 츠쯔젠(遲子建)의 2015년작이다. 가상의 도시를 배경에서 펼쳐지는 평범한 인간 군상의 삶은 도시화·환경파괴·장기매매·매관매직 등 현대 중국사회의 굴곡을 드러낸다. 강영희 옮김. 472쪽. 1만5천원.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裕和)의 소설 2편이 나란히 나왔다. '걸어도 걸어도'와 '태풍이 지나가고'(이상 민음사)는 둘 다 자신의 동명 영화를 소설로 옮긴 것이다. 결핍과 상처를 극복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담담한 어조로 들려준다.

감독은 한국어판 서문에 "이들 작품은 어머니를 잃은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쓰기 시작했고, 거기엔 저 자신이 처음 '아버지'가 되면서 느낀 감회와 때때로 당혹스럽기도 했던 심정까지 담겨 있습니다"라고 썼다. 박명진 옮김. 각 권 184∼204쪽. 각 9천800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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