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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곡은 성리학 이념에 바탕, 팔경은 선계 실현이 목표"

송고시간2017-10-2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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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리 한중연 책임연구원, 학술심포지엄서 발표

우암 송시열이 운영한 화양구곡의 암서재. [괴산군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우암 송시열이 운영한 화양구곡의 암서재. [괴산군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된 괴산 화양구곡(華陽九曲)과 단양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 8개를 모은 단양팔경(丹陽八景)은 이름난 경승지다.

그런데 정작 두 장소에 어떤 연유로 '구곡'(九曲)과 '팔경'(八景)이라는 말이 붙었고, 그 차이는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 문학사를 전공한 안장리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3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전통 구곡과 팔경의 문화재적 가치'를 주제로 개최한 학술심포지엄에서 구곡과 팔경의 역사적 의미에 대해 발표했다.

안 연구원은 먼저 구곡이 중국 푸젠(福建)성에 있는 무이구곡(武夷九曲)에서 유래했다면서 "송대 학자인 주자는 이곳에 무이정사(武夷精舍)를 짓고 후학을 길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팔경 문화의 뿌리는 중국 소상팔경(瀟湘八景)에 있다고 설명했다. 소상팔경은 후난(湖南)성 소수(瀟水)와 상강(湘江)이 만나는 곳에 있는 8개의 수려한 경치를 지칭한다.

안 연구원은 "한국의 구곡과 팔경은 명승을 바탕으로 하며, 이를 향유한 계층이 고려 후기 이후 성리학을 받아들인 사대부였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도 "구곡이 성리학 이념을 기반으로 했다면, 팔경은 현세에서의 선계(仙界)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주장했다.

즉 사대부들이 구곡을 통해서는 자신이 주자학을 배우는 주자학자라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했고, 팔경으로는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이 명승이라는 점을 부각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는 구곡과 팔경의 전개 양상에도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 연구원은 "구곡은 무이구곡을 본보기로 해서 영남학파와 기호학파로 나뉘어 발전했지만, 팔경은 고려 사대부들이 고향이나 부임지에서 풍경을 모아 정하던 데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곡시가(九曲詩歌)를 짓고 구곡을 경영하는 문화는 동아시아 삼국 중에 한국에서만 오래 유행했으나, 팔경 문화는 한·중·일은 물론 베트남에서도 지속했다"고 덧붙였다.

안 연구원은 전통 구곡과 팔경을 분석한 뒤 "구곡과 팔경 가운데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는 곳이 많지 않고, 훼손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며 "학제간 연구로 전통 명승 문화를 유지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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