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로스 상무장관에 "브렉시트 탓에 애로 많다" 불평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영국 런던에 대규모 사업조직을 두고 있는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이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에게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은행 대표들은 지난 3일 런던의 한 식당에서 로스 장관과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으며 이 자리에서 브렉시트로 인한 애로 사항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은 로스 장관의 런던 방문에 맞춰 비공개로 이뤄졌으며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HSBC 등의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모건스탠리도 초청을 받았으나 자리가 급하게 마련된 탓에 대표를 보낼 수 없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은행 대표들이 영국 보수당 내각의 불안, 브렉시트 협상의 답보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한 소식통은 "브렉시트 협상의 답보에 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있었고 다양한 정치 시나리오도 어느 정도 거론됐다"고 소개했다.

은행 대표들은 이 자리에서 영국 정부가 탈퇴 이후 각종 행정 규제가 순조롭게 바뀔 수 있도록 협정을 마련할 수 있을지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고 또한 최종 협정이 어떤 형태가 될지는 더욱 명확치 않다는 점에 각별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대책을 이행하기 시작한다면 시티 오브 런던(런던 금융특구)에서 수천명의 인력을 미국 혹은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 수도로 이동시킬 수밖에 없다는 사정임을 로스 장관에게 설명했다.

과도 협정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2019년 3월로 정해진 브렉시트 시한을 맞추기 위해 인력은 물론 자본과 인프라도 이동시켜야만 하는 "귀환 불능 지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왔다.

소식통들은 이 자리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 정부가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지만 제러미 코빈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 정부의 등장은 훨씬 더 나쁜 시나리오라는 것이 은행 측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월 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이 국민투표가 이뤄진 지난해 6월부터 브렉시트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지만 로스 장관과의 회동에서는 종전과는 다른 긴박성이 엿보였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지적이었다.

한편 사절단을 이끌고 월 스트리트와 워싱턴을 방문한 시티 오브 런던 지자체의 캐서린 맥기네스 정책국장도 브렉시트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외국 은행들이 단기적으로 최다 1만명의 인력을 이동시키는 비상 계획을 마련하고 있고 이를 실행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는 향후 3개월이 대단히 중요한 시기로 본다고 말했다.

맥기네스 국장은 내각이 브렉시트를 둘러싼 이견을 노출하고 있고 의원과 각료들의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지금은 강한 지도력이 요구되는 때지만 분열된 내각이 이를 보여주기는 매우 힘들다"고 답변했다.

jsmoo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7/11/08 11:46 송고